A는 소셜미디어에 유력 정치인의 비리를 폭로하는 글을 올린다. A가 지어낸 가짜 제보다. 정부는 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A를 처벌해야 할까?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닐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정치인 B씨는 자신의 비리 의혹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외친다. 자신에 대한 비판이 사실인 걸 알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속지 말라고 호소한다. 가짜뉴스란 주장이 가짜뉴스인 셈이다. 앞서 A의 사례를 처벌했다면 B의 부정을 공론화하고자 나서는 사람은 줄었을 것이다.
최근 출간된 <라이어스>는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한다. 거짓이 반복되면 사회의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에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검열했다간 진실은 지하로 숨어버리기 마련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기준을 마련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법철학 분야의 대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법학대학원 교수다. 사회 현상을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동 저자다. <라이어스>에서도 법학뿐만 아니라 윤리학과 경제학, 심리학 등 폭넓은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표현의 자유 문제를 다뤘다.
허위정보를 줄이면서 동시에 권력자가 정보를 멋대로 검열하는 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가짜뉴스를 향해 규제나 검열의 칼을 빼 드는 대신 ‘반론’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할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도 거짓을 솎아낼 수 있다’고 봤다. 소셜미디어의 알람 표시나 경고 문구를 통해 독자들이 정보를 다시 확인하게끔 유도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를 무한히 인정한 건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허위사실 유포의 고의성, 사회적 해악의 크기·가능성·발생시기 등을 제안한다. 가령 ‘거짓인 걸 알면서 이른 시일 내에 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반대로 ‘거짓인 걸 몰랐으면서 사회에 큰 해악을 유발하지 않을 가짜뉴스’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허위사실이 심각한 해악을 초래할 위험이 있고, 표현의 자유를 좀 더 보장하면서도 그런 해악을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정부가 증명할 수 없다면, 그 허위사실은 헌법적 보호를 받는다.” 책의 마무리에서 저자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들을 나열한다. 달리 대안이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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