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전한 메시지에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온 후 '민주당의 총단합'을 강조하며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이 대표 언급이 없었다. 그런 문제로 전직 대통령과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말씀이 혹시 나왔더라도 그걸 굳이 (전달할) 필요가 있었나"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박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직 대통령은 국가 통합의 상징이다. 그분의 말씀을 격려와 조언 정도로 듣고 말아야지 그걸 가지고 당내 갈등의 소재로 소환해서 이리저리 해석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시작한 '소리 없는 혁명'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기 위해 선거 승리가 필요한데 국민들이 지금 민주당을 믿고 있지 못하니까 민주당이 국민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문 전 대통령이) 단순히 민주당 내부의 당내 갈등 현안을 중심으로 말씀하시진 않았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박 전 원장의 발언 관련 "이재명 대표의 이 자도 안 나왔나"라는 앵커의 질문에 "얘기 안 했었다"고 일축했다.
이어 "박 전 원장과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말씀을 나눴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문제로 전직 대통령과 얘기하는 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지금 여러 가지 악재가 있다. 그런데 악재를 어떻게 수습해 나가고 극복해 나가는지 국민들은 그 과정을 본다고 하셨다"면서 "대통령의 말씀과 생각을 제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별도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책 두 권(라스트 캠페인·넬슨 만델라의 위대한 협상)을 선물했다며 "대통령님께서도 두 권의 책을 받아보시고는 '정치인이 증오의 씨앗을 뿌리면, 밑에 내려갈수록 증폭이 되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정말 굉장하게 되어 버린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당내 좌표찍기, 문자폭탄,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이 난무하고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상황에 대해 (문 전 대통령도) 걱정하고 계셨다"고 전했다.
앞서 박 전 원장은 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지난 10일 문 전 대통령과 만나 민주당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잘해야 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 그 정도 얘기를 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한 것이고, 전달한 분도 잘못 전달한 것"이라며 "우리가 뭐 문 전 대통령의 '꼬붕'(부하의 일본어)이냐. 문 전 대통령이 지시하면 그대로 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그런)"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 말고 대안이 없다'는 것은 문 전 대통령 판단인데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막 하면 안 된다"며 "설사 문 전 대통령과 박 전 원장 사이 이야기가 있었더라도 대외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박 전 원장의 경솔한 언동을 지적했다.
그는 "당을 위해서도 이 대표를 위해서도 급한 불을 끄려면 본인의 거취 정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질질 끌고 여러 논란 끝에 (거취 정리를) 하느니 마느니 하면 이 대표와 당이 상처를 입는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