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 UBS가 위기에 빠진 라이벌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20일 세계 증시의 ‘블랙먼데이’ 가능성은 일단 낮아졌다는 전망이다.
19일 UBS는 CS를 30억스위스프랑(약 4조2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CS 주식은 한 주당 0.76스위스프랑 가치를 인정받아, CS 주식 22.48개당 UBS 주식 1주를 받게 된다. 이는 지난 17일 스위스 증시에서의 CS 종가(1.86스위스프랑)보다는 낮다. 하지만 인수 직전 시장에서 거론됐던 CS의 예상 매각가(주당 0.25스위스프랑)의 3배 이상이다.
시장에서는 CS 발 유럽 금융시장 위기가 수면 위로 떨어진 지 5일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휘청이는 UBS에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원)을 대출해주기로 했고, 이어 스위스 정부는 자국의 UBS가 CS를 인수해 상황을 일단락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번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00억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때 CS의 일부 또는 전부 국유화까지 고려할 만큼 급박했던 스위스 정부 측은 19일 “UBS의 CS 인수는 다른 시나리오보다 국가와 납세자, 세계 금융 안정성에 최선”(카린 켈러 서터 재무장관)이라고 했다.
한편 UBS가 CS 인수를 무효로 할 수 있는 조건을 삭제하면서 추후 번복 가능성도 작아졌다는 전망이다. 당초 UBS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0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한 경우 CS 인수를 무효로 돌리는 조건을 계약에 포함하려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삭제하기로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