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세 차례 연속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3월 초 집계된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27억7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에 이어 초읽기에 들어간 유럽의 핵심원자재법이 대한민국 주력 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싱가포르 출장 마지막 날, 귀국을 미루고 일본 나리타로 향했다.
정부는 지난 6일 강제징용 배상 방안을 발표했다. 찬반 격론이 일어났다. 지속적인 설득과 위로의 과정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오늘의 역사는 또 다른 후일의 역사를 기다린다. 기업인들은 한·일 정상회담의 향방에 주목할 뿐이다. 출구를 찾지 못한 경제 교류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 기업의 소명은 국부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있다.
2019년 8월 일본이 전략물자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서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NO재팬’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등 소재·부품·장비 3대 품목의 자립을 모색했고, 1년 반 만에 핵심 기술 국산화, 공급망 다변화 등 성과가 도출되면서 소부장 ‘독립’이 선포됐다.
제조 중견기업은 1989개, 전체 5480개 중견기업의 36.3%에 달한다. 이 중 기술 고도화를 맨 앞에서 이끈 소부장 기업은 1683개, 84.6%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일 소부장 의존도가 다소 감소했지만, 100대 품목의 대일 수입액은 2019년 113억달러에서 2021년 134억달러로 오히려 21억달러 증가했고, 같은 기간 중국과 대만에서의 수입액은 87억달러에서 135억달러로 55.2% 늘었다. 일본을 줄이지 못하고 중화권 의존도만 높아진 셈이다. 일본과의 경제협력이 단절되면서 소부장 이외 부문에서도 기업의 부담은 매우 증가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일본과의 관계 회복은 필수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57%의 기업이 한·일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없는 줄만 알았던 자본의 국경은 높고 두텁다. 홀로 살아남을 수는 없다. 누구와도 악수하고 길을 열어갈 일이다. 다시 상처받는 일 없도록, 절대 무너지지 않을 방벽을 쌓아야 한다. 기업인도 국민이다. 마침내 지속될 우리와 후대의 시간, 갈등과 반목을 뛰어넘은 화해와 연대의 터전을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절박한 심정을 안고 김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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