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은행주는 폭락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는 이들 은행 예금주의 예금을 전액 보장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거대한 무보험 예금자들이 기꺼이 받아들였던 위험은 납세자들에게 전가됐다. 그 덕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은행 파산 사태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한 주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한 마리의 새가 날아올랐다. 그 새의 이름은 ‘도덕적 해이’다. 구제금융은 구제금융이 필요한 행동을 장려한다. 은행 주주와 최고경영자(CEO)들이 교훈을 얻게 됐다는 주장은 믿지 말라. 모든 예금을 보장함으로써 정부는 정치적으로 교묘할 뿐만 아니라 씀씀이가 헤픈 은행 자본가와 경영자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자금줄로 떠올랐다.
무보험 예금 리스크 떠안은 美
미국 금융당국은 은행에 대한 규제 고삐를 강화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명확한 통찰력은 보이지 않고, 은행 파산만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 연방은행이 1986년 발표한 논문 제목이 떠오른다. ‘무보험 예금은 시장 규율의 원천이다.’ 실패할 수 있는 능력은 한때 미국 경제의 강점이었다. 여기에 은행의 새로운 사업 모델도 포함됐다.정부는 실패를 통제하기보다 스스로 위험을 떠안으려 하고 있다. 지급 능력과 통화가치 유지 능력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제 정치적으로 시끄러운 은행 파산을 막고자 하는 정부를 지지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투쟁에서 물러나라는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부채 한도법도 문제다. 의회는 구멍을 더 깊게 파기 전에 멈추고 생각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제 구멍이 너무 깊어서 많은 사람이 금융공황을 일으킬까 두려워 그것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도덕적 해이 눈감은 근시안 대책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규모, 비효율성, 부채, 지속 불가능성이다. 미국의 정치권은 이에 대해 침묵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결과 이미 사회 보장 혜택이 25% 삭감됐다. 메디케어는 의사와 병원에 대한 보상금을 줄여 환자들이 다른 곳에서 치료받도록 함으로써 장부의 균형을 맞춰나갈 것이다. 지구 온난화 해결책과 관련해선 의회는 햇빛의 양을 줄이기 위해 미친듯이 서두르고 있음을 인정하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이런 문제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초고령 지도층에 대한 염려로 이어진다. 고령층 특유의 행동 양식이 있다. 시간에 대한 단축된 인식이다. 규모에 관계없이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준 것이 대표적 예다. 지난 주말 19조달러의 예금을 보장해준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 바이든 정부의 근시안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심지어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젊을 수도 있다. 지금쯤 90세 또는 100세 대통령만이 모든 위기가 증폭돼 폭발하기 전에 안전지대로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할지 모른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Silicon Valley Bank and Joe Biden’s $19 Trillion Monda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