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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모터쇼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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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연결·코로나 팬데믹으로 영향력 저하
 -전동화 시대 맞아 전기차 행사 난립
 -명확한 주제와 콘텐츠로 질적 향상 도모 해야

 모터쇼는 신차와 콘셉트카를 가장 빨리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이러한 독보적인 위치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팬데믹이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모터쇼의 쇠퇴는 이미 그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해외 국제 모터쇼들도 이러한 현상을 피할 순 없었다. 세계 4대 모터쇼로 꼽히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북미국제오토쇼·NAIAS)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마저 팬데믹 전부터 참가 브랜드와 공개 신차의 숫자가 감소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한 행사 규모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언론에서는 이런 현상을 '모터쇼의 몰락'이라고까지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모터쇼가 힘을 잃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굳이 모터쇼 행사장에 가지 않아도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신차 소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이 이룬 초연결 시대가 모터쇼의 지위를 빼앗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내 모터쇼의 상황은 해외보다 더 심각하다. 대표 모터쇼인 서울모빌리티쇼와 부산국제모터쇼의 규모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 서울모터쇼는 2년 전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꾸며 변화에 대응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당시 국내 완성차 브랜드 중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가 불참했고 수입차도 대부분의 브랜드가 참가를 거부한 끝에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만이 부스를 꾸렸다. 팬데믹으로 어려움이 예상된 시기였지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규모였다. 2022 부산모터쇼는 참담했다. 국산차는 현대차그룹만 참가했으며, 수입차 역시 BMW그룹만 자리를 지켜 관람객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박람회는 모터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넓히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매년 또는 격년제로 열리고 있는 행사는 EV트렌드코리아, 제주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대구 미래모빌리티엑스포 등이 있다. 여기에 자동차공학회도 2024년 행사를 예고했다. 이동성이 확장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이벤트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완성차 업계는 이렇게 모터쇼가 난립하는 상황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기아는 최근 플래그십 전기 SUV인 EV9을 EV트렌드코리아에서 선보이지 않고 행사 전날 이미지로만 공개했다. 동시에 곧 개막을 앞둔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통해 실차를 처음 전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두 이벤트가 '전기차'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긴 했지만 결국 참가사 입장에서는 모두 챙길 수 없다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터쇼가 갖는 홍보 효과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모터쇼 참가 의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의무감으로 참가해야 하는 일이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모터쇼만이 지닌 파급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한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과 회사 간의 거래가 성사되는 마케팅적인 부분에서 분명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모터쇼의 명확한 콘셉트다. 지난해 열린 대구 미래 모빌리티 엑스포는 산업 육성을 위한 비즈니스 상담회를 마련하는 등 기업간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18개국에서 56명의 바이어가 참여해 402만달러(5,732억원)의 수출 상담과 124만달러의 현장 계약 체결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충분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제공 역시 모터쇼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다. 스크린을 통해서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체험을 준비해 관람객에게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경험을 선사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주최로 지난 15일 개막한 EV트렌드코리아 2023는 자동차 업계가 어려운 분위기 가운데서도 총 95개사 참가를 유치해 441부스를 꾸리며 전년 대비 1.5배 이상 규모를 키웠다. 또한 전시 외에도 다양한 컨퍼런스와 전기차 에코 랠리, 전기 이륜차 시승 체험, 온·오프라인 라이브커머스 등 관람객을 위한 체험 컨텐츠를 준비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오는 31일 개막하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소셜미디어와 메타버스를 활용해 관람객 맞이에 나선다고 밝힌 것이다. 행사의 성패와 상관없이 새로운 시도로 난관을 돌파해보겠다는 주최 측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밖에도 서울모빌리티쇼는 모터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 최초 공개 신차들로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모터쇼는 이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대에 적응하는 모터쇼는 살아남고, 과거의 방식만을 답습하는 모터쇼는 점차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컨텐츠 차별화로 관람객의 발길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모터쇼를 볼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명쾌한 해답을 찾아 과거의 영광을 되찾길 바랄 뿐이다.

정현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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