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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구인 대란 시대'의 방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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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선 안 된다. 잘못된 처방이 나오기 때문이다. +, -, ×, ÷ 같은 기호가 앞서 있었던 게 아니다. 그 너머에 있는 수학의 원리가 먼저다.

사칙연산의 발명자들이 3○3=6이라고 적어놓고 빈칸에 ×를 채워 넣었다면, 오늘날엔 ×가 ‘더하기’의 의미로 쓰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에선 태초부터 +가 더하기였던 양 가르친다. 적지 않은 학생이 ‘계산기계’로 자라는 데엔 이유가 있다.
로봇을 왜 쓰는가
이건 뜬금없는 얘기가 아니다. 요즘 같은 ‘구인 대란의 시대’에 이런 일들은 도처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키오스크나 로봇을 인건비 아끼려고 도입하는 것 같은가. 월 환산 임금 450만원을 제시해도 “궂은일은 싫다”며 젊은이들이 찾아오질 않아서 쓴다. 일손 부족이 먼저고, 무인화는 그다음이다.

푸드테크 기업들이 가까스로 짓는 스마트팜도 마찬가지다. 농민들은 한국인 근로자는 언감생심이니 외국인이라도 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젠 외국인마저 고된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정보기술(IT)과 첨단 농기계를 도입하지 않으면 도저히 업(業)을 유지할 수 없다.

실상이 이런데도 이익단체, 노동조합의 선동꾼들은 100년도 넘은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도그마를 강변한다. 잇속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적 원인·결과의 오독(誤讀)이다.

DB그룹(옛 동부그룹)이 스마트팜도 아닌, 유리온실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농민들 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게 10년이 다 돼 간다. 이젠 대다수 농민이 첨단 농법이 없으면 생업을 잇지 못한다는 걸 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7개 단체가 정초부터 “정부의 푸드테크 활성화 방침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열어준 것”(지난 1월 18일 기자회견)이라고 반대한 건 그래서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

공무원들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최고의 대면 서비스가 요구되는 호텔에서 룸서비스·청소 로봇이 등장한 건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다.

만성화한 일손 부족으로 주요 호텔은 꼭 필요한 음식료 서비스 인력 네 명 중 한 명이 빠진 채 운영되고 있다. (한국호텔업협회, 2~5성급 호텔 20곳 조사) 호텔들은 1년 이상 문체부에 비전문비자(E-9) 소지자 채용 한도를 늘려달라고 읍소 중이지만 해결이 안 되고 있다. 문체부가 법무부와 열심히 협의 중이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업계 입장에선 일각이 여삼추다.
'일자리 미스매치' 풀어야
일자리 미스매치는 암세포 같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우리도 모르는 새 삶에 타격을 가한다. 대형마트 매대 가격표에 쓰인 숫자가 괜히 하루가 멀다고 오르는 게 아니다. 왜 이리 비싼지 궁금해하는 이가 별로 없는 호텔 방값도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키우는 ‘구인 대란의 방조자’들은 강력한 원인 제공자다. 이들이 가격 결정 과정 곳곳에 암 덩어리를 쌓아 우리도 모르는 새 일상이 공격당하는 중이다.

착한 바보가 돼 방관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눈을 부릅뜨고 무엇이 진짜 원인인지 가려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이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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