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빚을 내 직접 지은 주택 2700여 가구를 보유하면서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 이른바 ‘인천 건축왕’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공인중개사들을 고용해 전세사기를 돕도록 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박성민)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소규모 주택 2700여 가구를 보유하면서 세입자 16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25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건물주 A씨(61)를 구속기소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공인중개사 4명 등 A씨의 전세사기에 가담한 인물 6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한 뒤 이곳에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 등을 지었다. 당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대출로 건축비용을 마련했지만,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해지자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대출이자와 직원 급여 등을 충당했다.
A씨는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들까지 고용했다. 공인중개사 명의로 5~7개 공인중개사무소를 세우고, 자신이 보유한 주택 중개를 전담하도록 했다. A씨는 보유주택을 공인중개사에게 명의 신탁한 뒤, 공인중개사들이 서로 다른 공인중개사 명의로 된 부동산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세입자들을 끌어모았다. 공인중개사들은 A씨에게 고용된 사실과 거래 대상이 A씨의 주택인 사실을 숨겼다. A씨는 대출이자 연체로 일부 보유 주택(2월 말 기준 690가구)이 경매로 넘어갔음에도 그 사실을 숨긴 채 전세계약을 맺어 세입자를 들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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