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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수혈'로 美 은행 급한 불 껐지만…"사태 여전히 유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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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미국 금융당국의 긴급 대책으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이 다른 지역 중소은행으로 확산하지 않아서다. 그 덕분에 위기설에 휩싸였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비롯한 미국 중소은행들의 주가가 급반등했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가적인 충격이 어떻게 나타날지 예단하기 힘들다는 우려다.
○美 지역은행 위기설 잦아들어
SVB와 시그니처은행 다음으로 위험하다고 지목된 곳은 실리콘밸리 인근의 중소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다. SVB 파산을 지켜본 고객들이 연이어 예금 인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금 조달에 실패한 SVB와 달리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JP모간체이스 등으로부터 자금 수혈에 성공했다. 가용 유동성을 700억달러 수준으로 늘리면서 고객들의 우려를 가라앉혔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위기설로 13일(현지시간) 주가가 81.76달러에서 31.21달러로 60%가량 급락했다. 하지만 14일에는 약 27% 오른 39.6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하지 않자 저가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

전날 두 자릿수 급락세를 보인 다른 은행들도 이날 일제히 반등했다. 솔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둔 자이언즈뱅코프가 4.47% 오른 것을 비롯해 키코프(6.94%), 코메리카(3.99%), 찰스슈와브(9.19%) 등이 상승 마감했다.

미국 25개 은행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베스코KBW뱅크(KBWB)는 14일 전날보다 3%가량 상승한 43.13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지난 12일 파산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증한다고 밝혔고, 실제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 컸다는 분석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손해 보지 않고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아직은 안심 못 해
급한 불은 꺼졌지만 미국 금융시스템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크레디트스위스는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에 주가가 21% 넘게 폭락했다.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SNB)이 추가 자금 지원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탓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미국 전체 은행 시스템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SVB와 실버게이트은행, 시그니처은행에서 벌어진 예금 인출 사태와 이들 은행의 파산에 따라 (미국 은행들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망 하향 조정은 미국 은행업계의 신용등급과 차입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CNBC가 전했다.

SVB의 파산이 시작이라는 주장도 있다.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엘 월시는 “SVB 사태의 여파는 여전히 유동적”이라며 “이 사태가 리먼브러더스가 아니라 베어스턴스의 파산과 비슷한 순간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베어스턴스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6개월 전인 2008년 3월 문을 닫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중소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도 이날 나왔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비교적 약한 규제를 받는 자산 규모 1000억~2500억달러(약 130조~326조원)의 중소은행 20여 곳이 규제 강화 대상이며 지난주 파산한 SVB도 여기에 속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VB와 시그니처은행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SVB 모회사인 SVB파이낸셜 경영진의 파산 전 지분 매각도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SVB 측 공시 자료에 따르면 그레그 베커 SVB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SVB파이낸셜 주식 1만2451주에 대해 옵션을 행사한 뒤 곧바로 매각해 230만달러(약 30억원)를 챙겼다.

박신영/박주연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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