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최근 5년 동안 2200억원가량의 손실을 낸 중국 사업에 ‘메스’를 댄다. 베이징법인을 매각하고 톈진법인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앞서 포스코, 동국제강 등도 중국 사업 중 일부를 정리했다. 현지 제철업체들의 기술과 생산능력이 향상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설명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한 업체와 자동차 강판을 가공하는 베이징스틸서비스센터(베이징법인)를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조만간 매수자 측이 자산 실사를 한 후 매매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톈진을 중심으로 중국 강판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 현대차·기아 중국 공장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기 위해 베이징과 톈진 등에 법인을 세웠다. 베이징·톈진법인은 국내에서 들여온 자동차 강판을 재가공해 현대차·기아 등에 납품하며 실적을 챙겼다. 베이징법인은 2016년까지 매년 80억~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거기까지였다. 2017~2021년 5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누적 순손실이 1058억원까지 늘었다. 2021년은 순손실이 496억원에 달했다.
톈진법인의 사정도 비슷했다. 2017~2022년 누적으로만 114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549.2%로 전년 말보다 1035.7%포인트 치솟았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순손실이 이어지면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
중국 사업이 휘청이는 것은 현대차·기아의 현지 상황과도 맞물린다. 중국의 현대차·기아 판매량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시작된 2017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었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경우 2016년 중국에서 114만 대를 팔았지만 2021년엔 판매량이 36만 대로 급감했다. 현대차 판매량이 쪼그라들면서 현대제철 자동차 강판 판매 실적도 나빠졌다. 여기에 중국 제철소의 저가 공세가 거세졌다. 중국 현지 철강 수요 역시 예전 같지 않다.
포스코, 동국제강 등도 비슷한 이유로 중국 사업을 정리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광둥성 자동차 강판 생산법인의 지분을 매각했다. 동국제강도 지난해 중국 법인 DKSC 지분 90%를 중국 장쑤성 장인시 지방정부에 처분했다.
제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제철소가 기술력이 향상돼 현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 한국으로의 수출도 늘었다”며 “한국 철강업체의 중국 사업이 갈수록 팍팍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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