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일대 아파트가 입주하면서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도 뚝 떨어졌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7억원대 중반이었던 전셋값은 5억원까지 밀렸다. 입주 지정 기간이 끝나가면서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들이려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셋값이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과 높은 대출 이자로 세입자들은 꼼짝하지 않고 있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220가구)에서 현재 나와 있는 전·월세 물건은 총 156건이다. 전세가 86건, 월세가 70건이다. 전체 가구의 70% 이상이 임대차 물량이 나온 것이다.
입주가 이미 시작됐지만, 여전히 세입자를 찾지 못한 집들이 많다. 이에 전셋값도 하락하고 있다. 전용 84㎡ 기준 2개월 전 7억5000만원이었던 전셋값은 최근 5억원까지 떨어져 2억원 넘게 빠졌다. 전용 59㎡ 전셋값도 4억8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전셋값은 3월들어 더 급격히 빠졌다. 아파트 입주 지정 기간이 오는 31일까지여서다. 내달부터 집주인들은 중도금 대출을 잔금 대출로 갈아타야 한다. 잔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연체 이자가 발생하게 된다. 금리 인상으로 연체 이자가 수백만원에 달하다보니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전셋값을 낮추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 중개 업소의 설명이다.
단지 내 상가의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용 84㎡ 기준으로 최근에 5억원에 전세 계약이 여러 건 맺어졌다"며 "5억원에 나간 전세 물건은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들인 이후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잔금을 내는 조건이 붙어있다. 가격이 싼 대신 집에 융자가 끼게 돼 나중에 집을 나갈 때 다음 세입자를 들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 매물"이라고 소개했다.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용 84㎡ 전세를 4억원에 내놓은 집주인도 있다"며 "집주인이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싸게 내놓은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매물은 혹시라도 전세금 미반환 등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세입자들에게 소개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축 전셋값이 구축보다 낮아지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두동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 전용 84㎡는 지난 15일 5억9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고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84㎡는 지난 2월 5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용두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아무래도 입주장 막바지엔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가 대단지였다면 주변 시세에도 영향을 줬을 텐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보니 인근 구축에는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고 전했다.
당분간은 전셋값이 출렁거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올해 대단지 공급이 계속 예정돼 있어서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청량리역 일대에서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1152가구)가 오는 6월에,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스카이-L65'(1425가구)가 오는 8월에 입주할 예정이다.
전농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는 가구 수가 적지만 앞으로 들어올 단지들은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라며 "전세 물건도 수백개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많은 물량이 한 번에 시장에 공급되면 당분간은 전셋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동대문구 전셋값은 올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동대문구 전셋값은 올해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해 3월 첫째주 기준으로 누적으로 6.89% 떨어졌다. 같은기간 아파트 매매가가 3.87% 내린 것과 비교하면 더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