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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아, 네가 망해서 속 시원해"…K복수극 결말 뜨자 글로벌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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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기다림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휘몰아치되 격조를 잃지 않는 복수극을 만난 게 얼마 만인가.

지난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 2(사진)는 완벽하게 짜인 퍼즐판이었다. 총 16부작 중 8~16회분이 이날 공개됐다. 곧바로 글로벌 순위 3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일고 있다. 글로벌 5위까지 올랐던 파트 1을 단숨에 넘어섰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클릭했는지 서버가 잠시 다운될 정도였다.

파트 1에선 과거 연진(임지연 분)과 그 무리의 학교폭력 이야기, 각 캐릭터 소개, 복수 전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과 복선을 배치했다. 반면 파트 2에선 동은(송혜교 분)의 복수와 연진의 반격에 집중한다. 그리고 사건에 담긴 비밀과 ‘떡밥’ 회수 등을 통해 복수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보여준다.

교묘하게 설계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역시 김은숙’이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작품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쓴 그의 첫 장르물이다. “내가 봐도 무섭도록 잘 썼더라”라는 김 작가의 얘기처럼 그만의 장점과 특색이 잘 드러난다. 복수는 동은이 가해자들을 살해하거나 구타하는 방식이 아니다. 연진을 포함한 가해자들끼리 상대를 배신하고 무너뜨린다. 반대로 피해자들은 끝까지 서로를 의지하고 연대한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촌스럽지 않다. 김 작가는 인상적이었던 댓글로 “신을 믿는 자와 신을 믿지 않는 자의 싸움”을 꼽았다. 동은을 괴롭힌 가해자들은 샤머니즘, 기독교, 불교 등 각자의 종교를 갖고 있다. 반면 동은은 신을 믿지 않고 자신이 직접 벌을 주려 한다. 하지만 “파트 2를 끝까지 보면 ‘신은 있다’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김 작가의 말처럼 작품엔 ‘다른 사람을 해하면 신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스토리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하다. 웬만해선 동요하지 않는, ‘차분한 동은’이 엄마 앞에서 울부짖는 연기는 압권이다. 그동안 꾹꾹 눌렀던 설움을 쏟아내는 이 장면을 송혜교가 섬세하게 표현했다. 악역을 맡은 임지연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그나마 ‘옥에 티’는 로맨스 장면이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끊는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시즌 2로 이어질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것 말고는 ‘꼭 필요한 장면이었나’란 아쉬움을 불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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