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자산운용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에너지소비량, 탄소배출량 등 ESG 관련 지표가 좋은 부동산에 ‘프리미엄’이 붙고 있어서다.
소피 반 우스터롬 슈로더투자신탁운용 글로벌 부동산 부문 대표(사진)는 지난 10일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선 ESG와 연계가 없는 부동산 자산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는 한국에도 머지않아 비슷한 양상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은 1804년 설립된 영국 대형 운용사다. 지난해 기준 운용규모(AUM)만 1221조원에 달했다. 우스터롬 대표는 슈로더의 부동산 투자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우스터롬 대표는 “유럽에선 오피스 빌딩 임대차 계약에서 에너지효율·탄소배출량 등이 계약서에 명시되고, 이 내용에 따라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며 “부동산 공모·사모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이나 유동성 공급자(LP)는 물론 개인투자자도 ESG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ESG 요소가 잘 갖춰진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대비 수익률(캡레이트)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스터롬 대표는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배경을 정부의 규제에서 찾았다. 우스터롬 대표는 “매년 시장 예상 이상으로 탄소중립 관련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달라지는 것도 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은 장기 보유 자산이어서 지속 가능성이 특히 중요하다”며 “ESG 규제 때문에 건물 이용에 제약을 받거나 임차인이 더 이상 계약을 원하지 않게 되면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을 다루는 글로벌 운용사가 ESG 지표를 더욱 촘촘하게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스터롬 대표는 “이제 탄소중립은 수익을 내느냐 못 내느냐를 가르는 핵심적인 투자전략”이라며 “한국 운용사들도 ESG 이슈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