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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네이버에서 사세요"…CJ제일제당 반격 나섰다 [박종관의 유통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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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CJ제일제당과 쿠팡의 ‘제판(제조사·판매사) 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번엔 네이버 쇼핑이 이 싸움의 ‘키플레이어’로 떠올랐다. CJ제일제당이 쿠팡의 로켓배송과 비슷한 ‘내일 도착’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의 손을 잡으면서다. 네이버 쇼핑이 쿠팡의 대체재로 떠오르자 쿠팡 쪽으로 기울었던 제판 전쟁의 판세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네이버 손잡은 CJ제일제당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네이버 쇼핑이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다. 네이버 도착보장은 온라인 주문 기록과 물류사 재고 현황 등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상품 도착일을 보장해주는 서비스다.

이 중 내일 도착 서비스는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밤 12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익일 배송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쿠팡처럼 상품을 직매입해 물류센터에 두는 것은 아니지만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센터에서 재고를 보관하며 주문 즉시 상품을 발송해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배송 예정일보다 상품이 늦게 도착하면 1000원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보상금으로 준다.

쿠팡의 발주 중단 조치 이후 온라인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CJ제일제당은 네이버 쇼핑을 통해 햇반과 비비고 만두, 스팸 등 주요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11번가와 티몬 등 다른 e커머스에서도 CJ제일제당 제품을 팔고 있지만 로켓배송과 내일 도착처럼 빠른 배송이 이뤄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박스 단위로 판매하는 햇반은 도착보장 전문관에서 실시간 판매 순위 3위권 내에 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쿠팡 대신 네이버로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지난해 말 내년에 적용될 상품 납품 단가 협상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벌어지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쿠팡은 CJ제일제당 주요 제품의 발주를 중단했다. 두 회사는 3개월 넘게 납품 단가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국내 식품업계 1위 업체지만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이 e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쿠팡의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네이버 쇼핑의 내일 도착 서비스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비자들에게 내일 도착 서비스가 로켓배송만큼 인기를 끌면 CJ제일제당이 굳이 쿠팡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이 벌이는 전쟁에서 제3자인 네이버 쇼핑이 키플레이어로 떠오르게 된 배경이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다른 제조사들도 네이버 쇼핑이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 앞다퉈 입점하고 있다. CJ제일제당보다 먼저 쿠팡과 판매 가격을 놓고 싸워 법정까지 갔던 LG생활건강도 네이버의 손을 잡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을 직매입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권을 제조사가 아닌 쿠팡이 가져가게 된다”며 “네이버에선 제조사가 자신의 브랜드관을 운영하며 가격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네이버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 쇼핑의 도착 보장 서비스가 아직 초기 단계이다 보니 도착예정일을 정확하게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요일과 공휴일엔 배송이 안 된다는 것도 단점이다. 도착 보장이 가능한 상품은 신선식품보다는 대부분 가공품이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네이버 “싸우지 않고 이긴다”
커머스를 새로운 주력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정한 네이버는 쿠팡 등이 점유하고 있는 e커머스 시장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네이버 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전년(1조4885억언) 대비 21.0% 늘어난 1조80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거래액은 40조원을 넘어섰다.

네이버의 커머스 전략은 쿠팡과 아마존 등 직매입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유통업체들의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철저히 플랫폼으로서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제공하고, 협력업체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역할만 하겠다는 게 네이버의 구상이다. 물류센터도 직접 짓지 않고 CJ대한통운 등 동맹군을 모아 협업하는 방식을 택했다.

네이버 쇼핑 사업을 이끄는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는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좋아하는 말이 손자병법에 나온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말”이라며 네이버의 커머스 전략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박종관/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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