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황태린 NPR 매니저] 주말엔 주로 서울로 나가 다양해 보이지만 비슷한 방법으로 돈을 쓰며 즐거움을 얻는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네컷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기회가 되면 소품샵 구경을 하거나 전시를 본다. 그리고 공간과 공간을 옮기는 사이에 잠깐 걷는다. 등산 등 색다른 액티비티를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렇게 여가를 보낸다.
장소는 각자의 중간에 위치한 동네가 어딘지, 혹은 서울에 가볼 만한 곳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본다. 지도 앱에 즐겨찾기로 카페나 식당, 갤러리 등을 틈틈이 아카이빙 해두기도 한다. 쇼핑몰이나 프랜차이즈 카페 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을 주로 찾는 편이다. ‘이왕이면’이라는 마음이 제일 큰 것 같다.
서울은 웬만한 공간이 모두 유료다. 공원도 서울숲, 한강공원, 북서울꿈의숲처럼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돈을 쓸 거라면 이왕 색다른 공간을 찾게 되는 것이다. 노는 데에도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이 혼자만의 의견은 아닌지 최근 SNS를 중심으로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가사에 대한 새로운 ‘밈’이 뜨고 있다.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교통비 왕복 3천원)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보고(칵테일 1.5만원)
한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전시회 입장료 1만원)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질 쓰고파(편지지 3천원)
= 3만 1천원
이런 식이다. 재밌지만 유쾌한 분석은 아니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소비는 시작된다. 쓸 수 있는 금액에 따라 경험에도 차이가 생긴다. 문화 소비자로서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음료 한 잔으로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는 현대식 만남에 적절한 공간이 되었다. 또래 중에서도 카페를 정말 ‘음료를 마시는 곳’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명한 소설가가 한 한국의 카페는 초단기부동산이라고 누가 그러더라,는 말처럼 말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최근 ‘핫’한 카페들은 책상이 극단적으로 낮거나 높고, 최대한 많은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좌석 간 거리를 좁히는 경향을 보인다. 아무리 소곤소곤 말해도 대강 다른 대화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분명 모르는 사람이지만 어느 때라도 대화에 참석할 수 있을 정도다. ‘밈’에 중독된 한 사람으로서 종종 반가운 표현들이 귀에 꽂히곤 한다.
최근 ‘밈 시장’에서는 도전이나 응원의 뉘앙스가 담긴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냅다 -하기’, ‘가보자고’, ‘지금부터 시작’ 등이다. 용법은 ‘냅다 사진부터 찍자’, ‘과제 뿌수기 가보자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밈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정서는 일단 시작해보자는 용기다. 망해도 괜찮다. 일단 뭐든 하면 된다. 다음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을 그리는 게 우리가 공유하는 정서인 셈이다. ‘최고심’ 등이 유행한 이유도 귀여운 캐릭터가 어제는 다짐했다가 오늘은 포기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람을 반영한다고 했다. 시대에 따라 멋진 언어를 구사하는 ‘힙스터’ 또한 바뀌어 왔다. 압운을 맞춰 시를 짓던 시절에서 시작해 학술대회에서나 쓸 법한 어려운 어휘를 구사하는 사람이 ‘엘리트’로 평가받기도,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사람이 ‘선생님’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현 시대의 힙스터는 적절한 타이밍에 알맞은 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혹은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자신만의 어휘를 갈고 닦거나.
‘밈 입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이 모두 그 맥락을 알거나 몰라도 재밌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Z세대의 유머코드나 농담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여기에서 나온다. 밈은 별다줄’이라는 표현까지 낳았던 줄임말 유행과는 또 결이 달라 갑자기 말을 줄이거나 간결하게 표현한다고 해서 성공하지 않는다. 이 말놀이에는 출처와 맥락이 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 트위터에는 ‘인터넷 밈 해명봇’까지 있을 정도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또 다른 차원에 직조된 언어 체계로 봐도 무방하다.
Z세대와 알파세대들은 온라인 밈과 오프라인 대화의 경계를 짓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밈을 모른다고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화를 일종의 놀이로 보고 각자의 유희와 언어 체계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해진 것이다.
황태린 님은 지구종말론의 혼돈 속에서 태어나 자연에게 배우며 자랐다. 역사, 심리, 소설, 인간, 테크 등 다양한 분야를 ‘덕질’하던 유년을 지나 지금은 홍보대행사 2년차 막내 직원을 거치는 중이다. 문예창작 전공으로 글로 배운 건 글 뿐. 세상을 온몸으로 버티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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