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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의치한약수'도 안전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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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자주 변한다. 3~4년 전만 해도 공무원을 ‘최고’로 쳤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했고, 환경미화원을 뽑는 데 명문대생까지 뛰어들었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신드롬’이 공무원 열풍을 대체하는 모습이다. 가파른 인플레이션 탓에 ‘즉각적인 금전적 보상’에 매력을 느끼는 청년이 늘어났고, 이들이 찾은 해법이 ‘전문직 자격증’이란 해석이 나온다. 변호사와 노무사,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증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직 장벽 깨트리는 챗GPT
선호 직업군은 달라졌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자격증을 통해 경쟁자들의 진입을 막는 장벽을 치겠다는 방법론이다. 몇 년 고생해 자격증을 손에 넣으면 이후 수십 년간 꾸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 전통적인 방법론엔 한 가지 허점이 있다. 경쟁자의 범주를 ‘사람’에 국한했다는 점이다.

미래의 의사, 변호사의 경쟁자는 동료 집단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챗GPT 등 현존하는 생성 AI의 전문성은 사람 못지않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는 챗GPT에 일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학생이 보는 것과 동일한 시험을 치르게 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객관식 문항은 물론 에세이까지 순식간에 써 내려갔다는 것이 미네소타주립대의 설명이다.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경영학대학원) 졸업시험 등도 이미 챗GPT에 정복당했다.

챗GPT 이전의 AI는 ‘찻잔 속 태풍’이었다. IBM의 의료 AI ‘왓슨’은 의료계에서 퇴출당했고, 이세돌을 이긴 바둑 AI ‘알파고’도 한때의 유행으로 끝났다. 이들은 결론은 잘 내렸지만, 왜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를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지 못했다. 정확성과 안정성 검증이 어렵다 보니 사람의 틈에 섞일 수 없었다.
전문 지식보다 AI 문해력이 중요
생성 AI를 ‘특이점’으로 부르는 것은 선배 AI와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논란이 된 ‘콘텐츠의 정확성’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자들이 논문을 쓸 때처럼 정보를 획득한 출처를 표기하게 하면 그만이다.

물론 전문직의 진입장벽이 단시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플랫폼 법률 서비스 로톡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것처럼, 생성 AI 서비스도 여러 이유로 전문직 단체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AI의 영역을 일정 범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이 제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시간문제다.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을 앞세우지 않으면 차량 운행을 허용하지 않는 ‘적기조례’가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막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 인정할 때가 됐다. 살아남으려면 AI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AI를 가동하는 핵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지, AI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 등이 미래 인재의 역량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조언은 “전문성을 갖춰라”가 아니라 “AI를 공부해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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