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의식으로 병을 낫게 해주겠다고 수십 명의 여성을 속인 뒤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40대 무속인이 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타투와 왁싱도 신체접촉 하지만 추행으로 보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이날 유사 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속인 A씨(48)와 사기 방조 혐의를 받는 B씨(51)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A씨는 2019년 5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본인의 신당에서 20명이 넘는 여성들을 유사 강간 또는 강제추행 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기간 피해자들로부터 굿값과 퇴마 비 명목으로 총 24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있다.
A씨는 "자궁에 귀신이 붙어 있다", "쫓아내지 않으면 가족이 죽는다" 등의 말로 피해자들에게 겁을 준 뒤, 퇴마의식을 빙자해 범행을 저질렀다. 또, 피해자의 액운을 쫓아낼 수 있는 의사나 능력 등이 없음에도 "굿을 해야 한다"고 속이기도 했다.
이에 동조한 B씨는 "귀신에 씌어서 아픈 것이다", "나도 이곳에서 계속 치료받으면서 좋아졌다" 등의 말로 피해자들을 회유했다. B씨는 피해자들이 A씨의 퇴마의식을 받도록 부추기는 등 그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며 의료 행위나 타투(문신), 브라질리언 왁싱을 언급했다. 해당 행위와 같이 A씨의 행동은 퇴마 의식의 하나일 뿐, 추행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타투나 브라질리언 왁싱을 할 때 불가피한 신체접촉이 이뤄지지만, 추행으로 보지 않는 것처럼, 피고인들도 퇴마 의식을 위해 신체를 만졌을 뿐"이라며 "피고인은 무당으로서 퇴마 의식을 한 것이며, 추행을 목적으로 무당을 사칭한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월 A씨에게 징역 10년, B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한편 재판부는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오는 30일 A씨 등 2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