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만큼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4월 11일)에서 다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긴 하다. 하지만 Fed가 빅스텝을 밟고 한·미 금리차가 커지면 한은도 결국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8일 한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연 3.75%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정점에 대한 기대치가 한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높아졌다”며 “한국 기준금리는 추가 인상 가능성이 동결 가능성보다 커졌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ed가 빅스텝에 나서면 한은도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0개월 만에 금리 인상 행진을 일단 멈췄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이른 동결이었다. 미국이 지난 1월 기준금리를 연 4.5%(상단 기준)에서 연 4.75%로 올렸는데도 한국은 동결해 한·미 금리차는 1.25%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이다. 2000년 10월 1.50%포인트 후 22년여 만의 최대 역전폭이다.
만약 Fed가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후 한은이 4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Fed가 5월에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한·미 금리차는 2%포인트로 커진다.
Fed의 빅스텝 가능성으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원 오른 1321원40전에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달 초 122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한 달여 만에 100원가량 올랐다.
하지만 Fed가 빅스텝을 밟아도 한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시각도 많다. NH투자증권은 “한·미 금리차가 1.5%포인트까지 확대된 2000년에는 한국 신용등급이 BBB였지만 지금은 AA-”라며 “금리차가 2%포인트로 커지더라도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가 연말까지 3%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만큼 물가가 하향안정세를 나타낼 경우 다시 금리 인상을 꺼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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