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각국 예술인 대표가 모인 세계조형예술협회(IAA) 회의에서 한국인 이름이 울려퍼졌다. 주인공은 이광수 미술협회장(67·사진). 회의에 참석한 57개국 대표를 대상으로 이뤄진 IAA 회장 선거에서 선출된 것이다.
1954년 설립된 IAA는 세계 예술인의 교류와 협력 증진,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네스코 산하 비정부기구(NGO)다.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판화 등 모든 미술 분야를 아우른다. 르네 마그리트, 호안 미로 등 세계적 거장도 IAA의 회원이었다. 회원국은 71개에 달한다. 스포츠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있다면 미술엔 IAA가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70년에 가까운 역사의 IAA에서 한국인이 회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71개국의 예술인을 대표하는 자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임기는 2027년까지다. 최근 서울 목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한국인이 IAA의 회장이 된 건 한국 미술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아트엑스포’를 꼽았다. 이 회장이 주축이 돼 기획한 행사는 엑스포 기간의 작품 매출, 심사위원 평가 등을 거쳐 올림픽처럼 순위를 매기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원로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이 IOC를 아는 건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행사가 있기 때문”이라며 “국제아트엑스포를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공약에 각국 대표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제아트엑스포를 올림픽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행사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매년 서울에서 예선을 치르고, 4년마다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본선 행사를 열어 금·은·동메달을 수여할 예정”이라며 “추후 국제아트엑스포 금메달리스트 작품을 한데 모은 ‘세계 미술인의 전당’도 만들겠다”고 했다. 또 “이미 10여 개 국가가 국제아트엑스포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런 급의 행사는 오로지 한국만 가능하다’는 게 IAA 회원국의 공통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에선 이미 대형 아트페어를 열고 있지만 빠른 시간 안에 이런 행사를 조직할 수 있는 추진력은 한국이 월등히 높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며 “K팝, K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좋은 인식을 줬다”고 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한국에서 IAA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미국, 유럽 등에선 IAA 회원이라고 하면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고궁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IAA 회원에게 이 같은 혜택을 줘 한국 미술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