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봉 새 상품을 17만원에 샀습니다. 수리비보다 더 싸네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갤럭시워치5'를 샀다. 3년간 사용했던 갤럭시워치 액티브2를 고쳐 사용하려 했지만 액정과 후면 부품 교체시 예상 수리비만 19만원이 넘었다. A씨는 "수리할 필요도, 새 제품을 제값 주고 구매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출시한 갤럭시워치5 새 상품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반값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갤럭시워치5의 가격방어가 거의 안 되는 수준이라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워치로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워치5(40㎜·블루투스)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17만~19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개봉하지 않은 새 상품임에도 출고가(29만9000원)보다 40% 저렴한 수준에 매물로 올라온다. 출고가의 절반인 1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반면 같은해 10월 출시된 애플의 애플워치8(41mm·GPS) 미개봉 제품은 같은 플랫폼에서 출고가(59만9000원) 대비 20%가량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갤럭시워치5에 비하면 중고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중고 매물 수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번개장터에서 '갤럭시워치5 미개봉' 키워드를 넣어 검색했을 때 등록된 매물은 1100개가 넘지만 애플워치8은 360여개 정도였다. 광고나 허위 매물 등을 감안해도 갤럭시워치의 '미개봉 새제품' 매물이 애플워치보다 훨씬 많다.
갤럭시워치5 중고 매물은 갤럭시S23 사전 판매 후 더 늘었단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3을 출시하면서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 1TB(테라바이트)' 사전구매 고객에게 갤럭시워치5(44mm·블루투스)를 증정했다. 사은품으로 받은 갤럭시워치5를 중고 마켓에 매물로 내놓은 이용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미개봉 새제품이라도 중고 가격이 더 내려갈 전망이다. 이에 기존 갤럭시워치를 수리하기보다 A씨처럼 중고 마켓에서 새 상품을 구입하는 게 낫다는 이용자들이 많다.
이달 초 기준 갤럭시워치5(40mm·블루투스)의 액정 교체비는 10만4000원, 후면 케이스 교체 비용은 9만3500원이다. 소비자로선 돈 들여 수리하느니 차라리 중고 마켓에서 수리비보다도 저렴한 새 제품을 사는 게 나은 셈이다.
이처럼 크게 떨어진 갤럭시워치5 가격은 삼성전자로서도 고민스러운 대목. 갤럭시워치 부진이 갤럭시 생태계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갤럭시 생태계 확장을 제시했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PC·노트북 등으로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해 '락인 효과'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애플워치 대항마인 갤럭시워치는 점유율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워치8의 흥행으로 갤럭시워치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워치의 연간 출하량은 전년보다 17% 증가해 처음으로 5000만대를 돌파했다. 애플의 전 세계 스마트워치 점유율은 2021년 32.6%에서 지난해 34.1%로 1.5%포인트 늘었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의 약 60%를 애플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스마트워치 점유율은 9.8%로 전년과 동일하다. 지난해 갤럭시 워치 연간 출하량은 전년보다 12% 증가했지만 평균판매가격(ASP)이 소폭 하락하면서 매출은 0.5% 증가에 그쳤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