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의 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신규 채용를 계획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대졸 입사자 5명 중 1명은 경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신규로 입사한 '중고신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10일부터 27일까지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물어본 결과, 대기업의 절반 이상인 54.8%가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고 7일 밝혔다. 이중 신규채용 미수립 기업은 39.7%였고, 신규채용이 없는 기업은 15.1%였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조사에선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은 7.9%로, 신규 채용이 없다는 기업은 1년 사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에선 채용규모를 작년과 비슷하다고 답한 기업은 절반(50.8%)이었고, 작년보다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한 기업은 24.6%였다. 1년 전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한 기업은 4.3%였는데, 이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高, 공급망 불안 등으로 인해 국내외 경기 상 황이 좋지 않아서(29.0%) △회사 내부상황(구조조정, 긴축경영 등)이 어려워서(29.0%) 등을 많이 꼽았다. 이어 △내부 인력 수요 없음(19.4%)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해 비용 절감 차원(16.1%) △고용경직성으로 탄력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어려움(14.5%)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가 어려움(14.5%) 등의 순이었다.
대기업들은 신규 채용에 대해 수시채용을 확대(31.1%)하고 경력직 채용 강화(28.3%) 등의 변화를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 10곳 중 6곳(57.1%)은 대졸 신규채용에서 수시 채용방식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올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에서 10명 중 7명(67.5%)를 이공계열 졸업자로 뽑겠다고 답했다. 1년 전(61%)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한편, 지난해 이들 기업에 입사한 대졸신규 입사자 5명 중 1명(22.1%)는 경력을 가졌지만 신입직으로 입사한 '중고신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경력 기간은 1.4년이었다. "신입직원으로 경력직을 원한다"는 최근 입사 트렌드가 숫자로 나타난 것이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여서 기업들이 실무형 인재를 선호한 경향으로 신입직 채용에서도 경력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노동·산업 분야 등 기업규제 완화(30.1%)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1.7%) △신산업 성장 동력 분야 기업 지원(16.9%) △정규직?유노조 등에 편중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12.9%) △진로지도 강화, 취업정보 제공 등 미스매치 해소(10.4%) △4차 산업혁명 분야 직업훈련 지원 확대(6.4%) 등을 꼽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고금리?고물가 기조 지속, 수출 둔화,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 등으로 기업들이 경영방침을 보수적으로 재정비하면서 채용 시장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규제 완화, 조세 지원 확대 등으로 기업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고 고용여력을 확충시킨다면 기업들이 일자리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