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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아파트 못 살아, 이사비 주세요"…집주인 '당혹'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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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너무 낡아서 결로 현상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아직 전세 계약이 끝나진 않은 상태긴 하지만, 이사비와 이사할 집 부동산 중개 수수료까지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경기도 안양시 집주인 A씨가 최근 세입자로부터 받은 통보입니다. A씨는 "3년 전에 집을 구해서 들어왔고 1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2년을 재계약한 상황"이라면서 "이 동네가 대부분 오래된 아파트고 같은 단지 내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결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임차인이 이사비를 물론 복비까지 요구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임차인을 위한 새 임대차법이 2021년 7월 이후 시행됐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뛰면서 집주인이 우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전셋값이 하락한데다 월세도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다 보니, 세입자들은 다른 집을 찾아 나가고 싶어 합니다. 그야말로 임차인 우위인 시장이 된 겁니다. 문제는 임차인이 좀 더 좋거나 싼 집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겁니다. 마음 상한 임대인도 집을 빼기 직전, 보증금을 돌려주기 전에 깐깐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의 과도한 요구는 모든 비용을 집주인에게 떠넘기는 사례들입니다. 거주하면서 교체할 일이 있는 전구, 각종 소모품, 수리 비용을 집주인에게 모두 청구하고 있습니다. 일부 세입자의 경우 소모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할 때 모든 비용을 집주인이 물게 하는 특약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송파구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원래라면 소모품은 세입자가 직접 부담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면서 "아무리 요즘 세입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해도 조금 과한 요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전셋집에 새로 들어갈 때 세입자가 필요로 진행했던 벽지 도배와 장판 교체 비용을 집주인에게 청구하기도 합니다. 통상 전세의 경우 세입자가 도배와 장판 교체 비용을 부담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만, 세입자가 우위에 서면서 집주인에게 이마저 요구하는 것입니다.

강남구에 있는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특히 구축 아파트에서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며 "당장 세입자를 들이는 게 중요하다 보니 집주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집주인에게 전세대출 이자를 대신 내달라고 하는 '역월세' 사례는 흔해졌습니다. 최근 전셋값은 2년 전보다 크게 내린 상황입니다. 세입자는 당연히 가격이 더 낮은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하지만 집주인이 보증금을 내줄 여력이 없습니다. 당장 다른 세입자를 찾기도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전셋값이 내린 만큼 혹은 전세 대출 이자에 준하는 금액을 집주인에게 월세로 요구하는 것입니다.

강서구에 있는 공인 중개 관계자는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전셋값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세입자들이 있다"며 "대출이 가능한 집주인이라면 생활안정자금을 받아 내주기도 하는데 그렇지 못한 집주인이라면 '역월세'를 주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세입자들의 황당 요구가 이어지면서 집주인들도 반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꾹 참고 있다가 '복구비'를 청구하는 식입니다.

서울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어떤 집주인은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을 기다렸다가 세입자에게 '복구비'를 청구하기도 한다"며 "보증금을 되돌려 받아야 하는 세입자 마음이 더 급하기 때문에 일부 집주인은 과한 복구비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자들의 심리는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수급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2월 마지막 주(27일) 기준 74로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돌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26일) 기록한 70.2보다는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전세수급지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수급지수는 72.2로 지난 1월 셋째 주(16일) 기록한 70.4보다는 높지만, 마찬가지로 100을 밑돌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수도권 매매수급지수는 69.5, 전세수급지수는 65.9로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28일) 이후 14주 연속 60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방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지방 매매수급지수는 78.2, 전세수급지수는 78입니다.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매매와 전세수급지수 모두 100을 아래라는 것은 매매 시장에선 집을 살 수요자보다 팔 집주인이, 임대차 시장에선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 세입자보다 세를 내놓은 집주인이 더 많단 얘기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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