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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생산직이 로또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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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생산직 직원 400명을 뽑는 현대자동차의 채용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지원자가 쇄도했다는 소식은 청년 일자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생산직의 왕이라는 ‘킹산직’(킹+생산직)과 ‘현차 고시’ ‘전 국민 오디션’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고 현대차 생산직 채용 수험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라니 놀라움을 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대차 생산직이 ‘로또’가 된 것은 고임금에 최고의 복지 혜택을 받으면서 정년을 보장받는 ‘꿈의 일자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회사 직원의 평균 연봉은 9600만원(2021년)이며, 생산직 초봉도 5000만~6000만원(성과급 포함) 수준이다. 간혹 있는 특근·잔업을 빼면 하루 8시간·주 5일 근무에 만 60세 정년이 지켜지고, 시니어 촉탁직(비정규직)으로 1년 더 일할 수도 있다. 재직 중에는 2년마다 새 차를 최대 25% 싼값에 살 수 있는데, 퇴직 후에도 혜택이 이어진다. ‘최강 노조’ 덕분에 임금 인상과 두둑한 상여금도 보장된다. 이달 초에도 직무·성과에 관계없이 전 직원이 4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아 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가 반발했을 정도다. 성과급제로 전환한 도요타와 달리 현대차 노조는 매년 호봉(90호봉) 간 차액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조건의 일자리에 지원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싶다.

과열 양상을 빚은 현대차 생산직 채용은 ‘좋은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갈증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 중 현대차만큼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잘 대응한 곳도 드물다. ‘소프트웨어 회사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현대차는 일찌감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등으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테슬라를 추격하는 현대차에 대해 “2010년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의 경쟁을 보는 것 같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제네시스를 필두로 한 제품 고급화와 전기차 판매 증가로 현대차는 지난해 불황에도 사상 최대 매출(142조5275억원)과 영업이익(9조8198억원)을 올렸다. 올 들어 1, 2월 미국 판매도 신기록이었다. 현대차의 담대한 비전과 매력 또한 청년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요인 중 하나다.

현대차 생산직 지원 열풍은 대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야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기업 정규직은 전체의 12%로 청년 구직자에겐 아주 좁은 문이다. 기업들이 국내 공장 신설과 채용을 꺼리는 것은 숨 막히는 노동 규제와 강성 노조 탓도 크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민간에서 맘 놓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투자 지원과 노동 유연성 확보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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