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모던텍은 북미 시장 파트너와 3년간 1조원을 웃도는 규모(연간 3억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연결로 성사된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종합 전기 충전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22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모던텍은 국내 충전기 업체 최대 규모 수출 계약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 공작기계 및 설계 제어 전문 업체로 시작한 모던텍은 2009년부터 충전기 개발을 시작해 2011년 독자적인 전력분배(1:N) 충전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한국,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서 특허를 취득했고 이번 초대형 계약도 전력분배 기술로 이끌어냈다.
모던텍이 개발한 전력분배 충전기는 기존 '충전기 1대-전기차 1대'의 1:1 충전 방식에 비해 대기 전력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기존 충전 비용 대비 25% 이하 금액으로 공급이 가능해 경제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모던텍이 이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지능형 파워뱅크-디스펜서 충전기'는 기존 일체형 충전 시스템에서 벗어나 전력부(파워뱅크)와 충전부(디스펜서)를 나누는 방식을 채택했다. 다시 말해 기존 충전기 한 대당 전기차 한 대씩만 충전해야 했던 일체형 충전기의 단점을 보완해 1:N 방식의 동시·순차 충전도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모던텍 관계자는 "파워뱅크와 디스펜서를 분리해 전력을 최적화 시킨 다음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기술이 핵심"이라며 "파워뱅크 1기에 디스펜서를 최대 50기까지 설치할 수 있어 디스펜서 추가 비용만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50(kW)키로와트 충전기 4대를 설치하면 전력이 200kW가 필요하지만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대기 전력이 낭비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모던텍의 시스템을 적용하면 이같은 문제점이 해결된다. 파워뱅크를 하나만 설치하고 디스펜서를 4개만 설치하면 대기 전력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여러 차량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또 첫 번째 차량의 충전 비율이 높아지면 다른 차의 충전 출력을 높일 수도 있다. 이같은 효율성을 바탕으로 모던텍은 국내 전기버스 충전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모던텍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로봇팔을 이용한 무인전기차 충전시스템 '랙스(RACS·Robot Arm Charger System)'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연동 전기차 충전시스템도 개발해 미래 전기 플랫폼 표준 선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랙스는 로봇 1기가 최대 20대의 충전기에 대응하며 다양한 차량을 충전하는 지능형 무인 충전 체계다. 로봇팔은 라이다(Lidar) 센서를 통해 전기차 충전구의 위치를 파악한다. 모던텍은 랙스 특허를 한국과 미국에 등록하고 전기차 뿐만 아니라 전기선박,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에도 적용하도록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성두 모던텍 대표는 "루프 글로벌과의 계약은 우리가 제시한 미래 충전 인프라의 방향성이 세계에서 인정 받았다는 뜻"이라며 "현재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기술 협력 요청이 많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충전기를 넘어 에너지매니지먼트시스템(EMS)과 전력수요관리(DR)로 영역을 확장해 종합 충전 플랫폼으로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