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8일 13: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의 로봇 사업을 맡은 두산로보틱스가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는 로봇 섹터에서 조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는 ‘IPO 대어’ 후보가 등장하면서 주관사 간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국내외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RFP(입찰 제안요청서)를 보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가 입찰 제안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두산로보틱스는 다음 주까지 입찰 요청서를 받은 뒤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3월에 주관사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연내 상장 작업을 마무리하겠단 계획이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대형 IPO 기업이 등장하면서 각 증권사도 입찰 제안서 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목을 받는 로봇 관련 기업인 데다 자본시장과 접점이 많은 편인 두산그룹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형 IPO 기업이 줄줄이 철회하는 상황에서 업종과 상징성 측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IPO 기업”이라며 “두산그룹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줬던 증권사가 다소 앞서가겠지만, 다수의 주관사단을 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에 설립된 협동로봇 제조사다. 협동로봇은 한 작업 공간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이다. 독립 공간에서 작동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함께 돕는 방식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적자 기업이지만 2017년 협동로봇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뒤 빠른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두산로보틱스의 매출을 살펴보면 2021년 370억원, 2022년 450억원이며 올해 목표치는 590억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흑자 전환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대주주는 지분 90.9%를 보유한 ㈜두산이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도 이번 IPO가 그룹 이미지 쇄신에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그룹은 2020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작년 2월 채권단 관리체제를 조기 졸업한 뒤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정상화에 성공한 만큼 달라진 모습을 시장에 선보일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친환경 에너지와 협동로봇, 수소드론 등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인 만큼 실탄 역시 마련해야 한다. ㈜두산은 이번 IPO에서 일부 지분을 구주 매출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의 IPO는 그룹의 오너일가 4세 경영자인 박인원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2월부터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자리를 옮겨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2월 400억원 규모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참여한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를 4000억원으로 평가했다. 매출 증가세와 흑자 전환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재 기업가치는 적어도 3배 이상 높은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로봇 관련주와 비교해도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는 조단위를 넘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 상장사 중 현재 로봇 대장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은 1조7000억원에 형성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매출이 두산로보틱스의 4분의 1 수준인 1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산로보틱스 역시 무리 없이 조단위 몸값을 인정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