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딸 손 못 놓던 튀르키예 아버지…"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튀르키예 강진 현장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딸의 손을 잡은 채 자리를 뜨지 못했던 아버지 메수트 한제르(49)가 당시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진행한 한제르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제빵사로 일하던 한제르는 규모 7.8의 강진이 강타한 새벽 일터 있었다.

그는 곳곳에서 건물이 무너지자 즉각 집에 전화를 걸어 가족들의 안전을 살폈다. 자택이 1층 저층이었던 덕분에 아내와 성인이 된 세 자녀는 무사했지만, 인근 할머니 댁에 가 있었던 15살 막내딸 이르마크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급히 현장으로 달려간 한제르는 딸 이르마크가 머물던 8층 건물이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내린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건물 잔해와 희생자들의 옷가지, 가구 등이 뒤섞인 사이에서 한제르는 이르마크를 찾아냈지만, 딸은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

한제르는 언제 올지 모르는 구조대를 기다리며 이르마크의 손을 꼭 붙잡았다.

한제르는 "딸이 침대에서 천사처럼 잠들어있었다. 딸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딸의 곁에 머물러 주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AFP 기자 아뎀 알탄에게 사진 촬영을 허락했고, 이 한 장의 사진은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의 참상을 전 세계에 생생하게 알렸다.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한제르 가족에게 온정의 손길이 닿고 있다.

한 사업가는 앙카라의 아파트 한 채를 내주고 현지 방송 채널에서 행정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한 예술가는 이르마크를 천사로 묘사한 그림을 기증했다.

한제르는 "이번 지진으로 어머니와 형제들, 조카들을 잃었다. 그러나 무엇도 내 아이를 묻는 것과 비교되지 않는다. 그 고통은 형언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