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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 없는데 일단 찔러볼까…'탈세제보' 치졸한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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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 없는데 일단 찔러볼까…'탈세제보' 치졸한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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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제보 포상금 제도가 사적 복수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악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허위 제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납세자연맹은 법원 판결과 조세심판원 심판 사례 등을 분석한 결과 "탈세 제보 포상금 제도의 입법 취지와 달리 원한이나 음해에 의한 허위·추측 제보가 만연한 상황"이라고 27일 밝혔다.

연맹이 공개한 조세심판 사례를 보면 국세청 내부에서 제도를 악용한 사례도 포착됐다.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에 재직하던 공무원 B씨가 C씨로부터 'D와의 토지 매매 분쟁을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탈세 제보서를 작성해 내연녀에게 대신 제출하게 했다. 이 탈세 제보서는 B의 소속 부서에서 접수한 뒤 일선 지방청으로 내려갔고, 결국 D는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혼 과정에서 전 배우자에게 탈세 제보를 하겠다며 협박하는 사례, 민사소송에서 패한 뒤 탈세 제보를 한 사례, 상속 다툼 중 형제간 탈세 제보에 나선 사례 등 탈세 제보가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연맹은 설명했다. 연맹은 "허위로 탈세 제보를 해도 제보자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무고 등으로 형사처벌을 하기 어렵다"며 "포상금까지 있어 악용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탈세 제보 신고서에 '허위일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문구가 있으나 한국은 없다"며 "한국도 탈세 제보자 개인정보는 지우더라도 조사받는 기업과의 관계나 제보 목적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연간 탈세 제보 건수는 2만2444건으로 미국(1만1394건)보다 많았다. 연맹은 "국내선 일방적인 주장을 담거나 허위·과장된 제보를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또 "독일,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탈세 제보 제도가 있지만 포상금을 지급하진 않는다"며 "이익보다 불신 조장 등 손실이 큰 탈세 포상금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허위제보나 구체적 증빙이 없는 제보는 과세에 활용하지 않아 음해·추측성 제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탈세제보는 지능화된 탈세행위에 대응하는 주요 수단으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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