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증시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예상과 달리 상승하자 금리 상승 우려가 부각되며 하락 마감했다.(다우 -1.02%, 나스닥 -1.69%, S&P500 -1.05%, 러셀2000 -0.92%) 이번주 미 증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행보와 함께 주요 경제지표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27일 국내 증시는 되살아난 인플레이션 경계심리와 그에 따른 빅스텝 공포 여파로 하락 출발할 전망이다.
■ 국내 증시 하락 출발 전망
MSCI 한국 지수 ETF는 3.16%, MSCI 신흥 지수 ETF는 2.25% 하락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313.85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8원 상승 출발, 코스피는 1% 내외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그는 "미 증시가 예상을 상회한 PCE 물가지수 발표로 달러화 강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가 약세를 보인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80% 하락한 가운데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생산 및 2차 전지 업종이 약세를 보인 점은 한국 증시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국내 증시는 미 증시 하락폭에 비해 제한적인 흐름을 보이며 0.5%정도 하락 출발할 전망"이라며 "다만 원달러환율이 1314원까지 급등했고 미국 긴축이 더 장기화될 조짐이 있는만큼 이는 국내 반도체, 인터넷 관련주에는 다소 부담스런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증시는 당분간 답답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레인지를 2380~2460선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경계심리 확산 속 2월 수출, 미국 ISM 제조업 PMI, 중국 차이신제조업 PMI, 애틀랜타 연은 등 Fed 인사 발언, 중국 양회 기대감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하단 지지력 확보에 나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1개월 정도 동안 외국인 차익 매물 출회를 경계해야 한다"며 "당분간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완화하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 차익매물을 소화해 나갈 전망"이라고 했다.
■ 빅스텝 가능성 되살아난 美
지난주 뉴욕증시는 하락세를 보이며 올 들어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한 주간 2.99% 내렸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67%, 3.3% 하락했다. 예상보다 높은 기준금리가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커져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 일각에서는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주 발표된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월가의 예상치를 웃돌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이번주에는 미국의 소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유통주들이 실적을 내놓는다. 대형마트 타깃과 크로거, 코스트코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백화점 메이시스도 성적표를 공개한다. 저가 소매 판매점 달러트리와 전자제품 소매 판매점 베스트바이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
향후 경기 전망을 나타낼 수 있는 지표도 나온다. S&P글로벌과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향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기 업황 전망이 긍정적으로 나오면 경기 침체 우려가 줄어드는 대신 긴축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카고, 리치먼드, 댈러스연방준비은행도 각각 제조업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 中 3월 기업 경기 전망 주목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4일 중국 증시는 미·중 갈등 고조와 금리인상 기조의 불확실성 등 영향으로 하락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0.62%, 선전성분지수는 0.81% 내렸다. 두 지수 모두 사흘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이번주에는 기업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작년 11월 ‘제로 코로나’ 방역 해제 이후 지난달 춘제(설) 연휴 당시 나타났던 내수 회복세가 실제로 지속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국가통계국은 다음달 1일 제조업과 비제조업(서비스업+건설업) 공식 PMI를 발표한다. 경제매체 차이신은 1일에 제조업, 3일에 서비스업 민간 PMI를 내놓는다. PMI는 기업의 구매·인사 등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기 전망 지표다. 50을 기준으로 이를 넘어서면 경기 확장, 밑돌면 위축 국면임을 뜻한다. 공식 PMI는 대형 국유기업 중심이며, 민간 PMI는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을 포괄한다는 차이가 있다.
제조업 PMI 예상치는 공식이 49.8, 민간이 51.3으로 엇갈린다. 공식 제조업 PMI는 지난 1월 50.1로 넉 달 만에 50을 회복했지만 2월에 다시 기준선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민간은 1월까지 6개월 연속 50을 밑돌다 2월에 확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된다.
■ "하이일드보다 국고채 액티브 운용이 유리"
조너선 리앙 JP모간 아시아 채권부문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채권시장이 다소 앞서나간 측면은 있지만 대세는 변하지 않는다”며 “장기채 금리는 결국 내려올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리앙 대표는 AB자산운용, JP모간 등을 거치며 뉴욕과 홍콩에서 20년 이상 채권 투자를 이어온 전문가다. 리앙 대표는 “시점의 문제이지 결국 글로벌 채권 금리는 하락할 것이고, 투자자는 플러스(+)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며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이나 채권 관련 펀드, 상장지수펀드(ETF)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앙 대표는 채권 투자 전략과 관련해 “현시점 기준에서 볼 때 국고채를 하이일드 채권(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기업들의 채권) 등보다 높은 비중으로 가져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고채는 역사적 데이터와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방향성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예상을 벗어나 기업 부도율이 높아지면 성과가 부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리앙 대표는 다만 “경기침체가 와도 부도율이 역사적 기준 대비 낮은 수준인 3~4%로 유지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의 예상인 만큼, 적절한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1월 회사채 발행 16조9000억원…전월 대비 52.7%↑
지난달 연초 유동성 효과와 시장 여건 개선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늘었다.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16조8923억원으로 전달(11조655억원) 대비 5조8268억원(52.7%) 증가했다.일반회사채 발행액은 6조1289억원으로 전월(1조700억원) 대비 5조589억원(472.8%) 증가했다. 자금 용도별로 보면 시설 자금 비중이 줄고 차환·운영자금 비중이 늘었다. 금융채 발행은 10조5604억원으로 전월(8조9035억원)보다 1조6569억원(18.6%) 늘어났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은 전달(1조920억원) 대비 8890억원(81.4%) 감소한 2030억원 발행됐다. 1월 말 전체 회사채 잔액은 625조6408억원으로 전월(623조5097억원) 대비 2조1311억원(0.3%) 늘었다.
주식 발행 규모도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유상증자(1조2155억원 모집)에 힘입어 급증했다. 주식 발행 규모는 전월(5857억원) 대비 9024억원(154.1%) 늘어난 1조4881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기업어음(CP) 발행액은 전월보다 4조8069억원(12.4%) 줄어든 34조376억원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