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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4분기에만 10.7조원 적자…전기료 속도조절에 정상화 더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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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지난해 33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것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세 차례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여전히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를 팔고 있다. 적자 해소를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상화 스케줄이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전 전기판매비, 구매 원가보다 낮아

24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전기 판매량은 547.9TWh(테라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제조업 가동률 상승 등이 맞물린 결과다. 전기 판매단가는 평균 ㎾h당 120.5원으로 전년(108.1원) 대비 11.5% 올랐다. 이에 따라 한전이 가정과 공장 등에 전기를 팔아 올린 수입은 66조19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조8904억원(15.5%) 늘었다.

지난해 한전이 발전자회사에 지급한 연료비와 민간발전사에 지급한 전력구매비는 76조원에 달한다. 연료비는 전년 대비 15조1761억원 늘어난 34조6690억원, 전력구매비는 20조2981억원 증가한 41조9171억원을 기록했다. 한전의 모든 매출을 다 끌어모아도 원가(연료비+전력구매비)조차 메우지 못한다.

한전은 지난해 자회사의 원전 발전량을 176.1TWh로 전년 대비 18TWh 늘려 운영하고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줄여 연료비 절감에 나섰다. 하지만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올 때 적용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해 평균 ㎾h당 196.7원으로 전년 평균(94.3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최근에는 250~260원대다.
○정부 ‘속도 조절’에 올해도 적자 날 듯
한전은 올해도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애초 올해 예산을 짜면서 연료비 36조3000억원, 민간전력 구매비 43조8000억원 등 100조원이 넘는 영업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전기 판매 수익은 82조5652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은 올해 적자 해소를 위해선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올 1분기에 13.1원 인상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2분기 이후 차례로 요금을 올릴 방침이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전기·가스요금에 대해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폭 인상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분기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시사하면서도 “급격한 부담 때문에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많은 상황임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며 융통성 있게 하자는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작년 말만 해도 증권가에선 한전이 올해 14조~15조원대 영업적자를 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정부가 ㎾h당 51.6원의 전기요금을 분기별로 단계적으로 반영할 것이란 가정에서다. 하지만 이보다 요금 인상폭이 줄어들고 국제 유가나 LNG 가격이 뛰면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한전의 재무구조 정상화 일정이 틀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자금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한전이 부족한 운영자금을 메우기 위해 한전채를 찍어내면서 회사채 시장이 요동쳤다.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신용등급의 한전채가 쏟아져 나오면서 비우량기업은 물론 웬만한 우량기업도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힘들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올해 또 적자가 늘어나면 한전이 앞으로 전기를 사오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전력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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