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단기간 높은 수익을 올렸던 수많은 펀드가 지난해 증시 하락과 함께 무너졌다. 국내 대표 가치주 펀드인 ‘신영마라톤중소형주’는 유행을 좇지 않고 평소 운용 철학대로 투자한 덕분에 선방할 수 있었다. 이 펀드 운용역인 박민경 신영자산운용 마라톤가치본부 팀장(사진)이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펀드평가가 주관한 ‘대한민국 펀드대상’에서 공모펀드 부문 ‘올해의 펀드매니저’에 공동 선정된 이유다. 올해의 펀드매니저는 국내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 132명의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박 팀장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분야 쏠림 투자나 타이밍을 예측하는 투자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리서치를 통해 기업 내재가치를 산출하고, 이 기업이 제대로 된 시장가치를 찾을 때까지 시간에 기대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트레이딩을 통해 매수·매도 타이밍을 한두 번은 맞힐 수 있어도 매번 맞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오래전부터 저평가됐다고 여긴 중소형 지주사와 친환경 인프라 기업들의 가치가 제고되면서 지난해 하락장에서도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실적, 재무건전성, 거버넌스(지배구조) 등 기업의 내재가치 측면에서 이 두 분야 기업들은 언젠가 높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중소형 지주사들과 친환경 인프라 기업에 대한 투자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초 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되고 있고, 금융당국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견조한 실적과 우량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낮은 주주환원율과 비효율적 자본 배분으로 저평가된 중소형 지주사를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전력 인프라 분야 기업들은 시장가치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한 국가가 풍력을 하든 태양광을 하든 그리드(전력망)는 반드시 필요한데, 유럽 등은 1970년대 이후 그리드 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노후화된 설비를 교체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경기와 상관없이 이 분야에 대한 정부 재정지출은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관련 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최근 금융시장을 보면 고금리,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높은 변동성에 의해 국내에서는 순환매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개별 종목 선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우량한 자산가치를 지니고 높은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곳 중 주주환원이나 배분 효율성이 강화되고 있는 ‘딥밸류’ 기업을 선별하는 투자가 효과를 볼 것”이라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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