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성범죄에 노출된 여성 정치인들을 위한 상담 센터가 일본에서 개설됐다.
2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여성 의원 성적 괴롭힘 지원 전문가 단체 '스탠드 바이 위민'(Stand by Women)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원 학대 상담센터'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센터에서는 전국 여성 의원과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온라인 상담을 실시한다.
일본은 오는 4월 통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성 의원에 대한 괴롭힘을 연구해온 하마다 마사토 스탠드 바이 위민 대표는 "여성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상담 창구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특히 비서가 없고 혼자 행동하기 쉬운 지방 의원들이 쉽게 성적 괴롭힘에 노출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도쿄도 마치다시 히가시 토모미 의원은 "(남성) 유권자와 악수했을 때 손을 쓰다듬거나 팔에서 시작해 겨드랑이까지 손을 미끄러뜨리며 만지거나 했다"며 "당선 이후에도 남성들에게 '당선됐다고 나를 만나러 오지 않는다', '스케줄 관리를 해줄 테니, 1주에 한 번씩 너의 스케줄을 나에게 보내라' 등의 강요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결국 히가시 의원은 당선 2개월 만에 스트레스성 급성 췌장염이 발병했고, 이사를 했음에도 새 주소가 노출돼 지속적인 피해가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히가시 의원은 "여성 의원이나 후보들에게 '정치인은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다'는 심리를 이용해 접근해오는 남성들이 있다"며 "여성들을 지배하려 하고, 개인적인 욕망으로 소비하려는 남성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법률 자문을 담당한 미우라 마리 조치대(上智大) 법학부 교수는 "일본에는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률이 없다"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기에 제도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민간 상담 센터를 설치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