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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만에 책 한권 쓴 챗GPT…출판계 판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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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에 출간된 <AI 2041> 은 인공지능(AI)과 인류의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저자는 2041년 한 가정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현재와 미래 기술을 설명한다. 그런데 왜 2043년이 아니라 2041년일까. 책에는 분명 “AI로 20년 안에 우리의 삶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이유는 2021년 미국에서 출간된 책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2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판권 계약과 번역, 교정 등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해서다. 여기에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는 데 걸린 시간을 더하면 책이 태어나는 데 소요된 전체 기간은 훨씬 더 늘어난다.

많은 사람의 수고로움과 인고의 시간을 전제로 돌아가는 출판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챗GPT와 번역 AI 등을 이용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불과 7일 만에 책을 내놓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챗GPT가 책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은 7시간에 불과하다.
◆챗GPT 저자 속속 등장
요즘 출판계가 주목하는 ‘스타 작가’는 인간이 아니라 챗GPT다. 챗GPT가 세상에 나온 지 이제 3개월밖에 안 됐는데, 벌써 여러 권을 썼다. 오는 22일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가 출간하는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도 그런 책 중 하나다. 챗GPT가 쓰고 번역 AI 파파고가 한국어로 옮겼다. 부산대 인공지능연구실과 나라인포테크가 함께 개발한 AI 기반 ‘한국어 맞춤법 문법 검사기’로 교정·교열을 봤고, 표지 디자인은 미국의 이미지 생성 AI인 셔터스톡 AI를 활용했다.

동아시아가 이달 28일 출간하는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는 뇌과학자인 김대식 KAIST 교수가 챗GPT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김 교수와 챗GPT가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챗GPT는 김 교수에게 자신의 작동원리를 스스로 설명하는 건 물론 사랑, 정의 등 추상적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AI의 최대 강점은 인간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AI가 저자이거나 번역자일 때도 그렇다. 한 출판사 편집장은 “여러 번역자에게 책 한 권을 쪼개 맡겨도 최소 3개월은 걸린다”며 “문학작품이나 전문 학술서처럼 번역이 까다로우면 기간은 훨씬 더 길어진다”고 했다. 스노우폭스북스가 파파고를 이용해 영어원문 135쪽 분량을 번역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시간이었다.
◆“저작권 분쟁 늘어날 것”
챗GPT의 상업적 활용이 늘어나면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대표적인 게 저작권 분쟁이다. 현행 저작권법을 보면, 챗GPT가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참고한 저작물에 대해 보상을 해줘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보상해야 한다면 그 대상이 누구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챗GPT나 파파고 같은 AI 개발업체일 수도 있고, AI가 참고한 저작물을 생산한 저자 및 출판사일 수도 있다. 둘 다 줘야 할 수도 있다. 챗GPT에 유료 서비스가 있지만, 작업 속도만 빠를 뿐 사용 규정에 상업적 활용 여부와 관련한 별도의 단서는 달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현재도 암암리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문학번역원의 2022년 한국 문학 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을 받은 일본인이 파파고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네이버 측은 출간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파파고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상업적 활용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며 “출판사에 대한 대응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는 상업적 활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출판사 측은 “파파고 측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인세(정가의 3%)를 ‘챗GPT’ 이름으로 튀르키예 지진 구호성금으로 기부하는 등 공익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해외에서는 AI가 그린 그림의 표절 여부, 저작권 인정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박용수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는 “관련 법 조항 정비가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최다은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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