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구인난에 빠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결국 임시체제로 전향하고,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69·사진)에게 임시 수장 자리를 맡겼다.
전경련은 이웅열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이 허창수 회장에게 회장직무대행으로 김병준 회장을 추천했다고 17일 밝혔다. 허 회장은 이와 관련해 전경련 회장단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오는 23일 정기총회에서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으로 선임된다.
김 회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자유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선 상임선대위원장, 대선 이후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전경련 혁신과 함께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경련이 임시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건 차기 회장에 적합한 인물이 나서지 않아서다. 전경련은 허 회장이 사임하겠다고 밝힌 지난달부터 차기 회장을 구하기 위해 뛰었지만 후보자가 없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임시체제 수장을 먼저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준 회장도 자신이 “임시 구원투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자문 역할 정도를 맡을 생각이었는데, 직접 핸들을 잡아야 한다는 주위 압박으로 수락했다”며 “임시 체제로 상황이 수습될 때까지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빨리 원래 주인인 재계 인사들이 맡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시 수장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선 “한국 사회에 굉장히 중요한 자산인 전경련이 너무 흔들리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자유시장경제를 조성하기 위한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의 최대 숙원사업은 국정농단 사태 후 이탈한 4대 그룹의 재가입이다. 4대 그룹 탈퇴로 회비 수입이 70% 줄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탈퇴한 4대 그룹이 다시 가입해야 재계 맏형 위상을 되찾고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이 정치·경제 현안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종종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지난 정부에서 무시됐던 전경련 위상엔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다만 정치를 거친 관료 출신이 민간 기업의 수장을 맡는다는 지적은 나온다. 그는 “윤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의 연락을 받거나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일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임시체제 운영과 관련, “임시 비상기구는 전경련 차기 회장단 구성에 앞서 전경련의 가치인 자유시장경제의 철학과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좌동욱/김재후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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