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뛰어난 인적 경쟁력은 교사에게서 나온다. 한국 교사는 모두 학급에서 상위 3등 안에 드는 엘리트지만, 미국 교사의 절반은 하위 3등권 출신이다.”
<총·균·쇠>로 유명한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대변동>에서 한국 교사 예찬론을 폈다. 그는 미국의 가장 큰 약점이 초·중·고 교육에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교사들을 배출하는 한국 시스템을 주목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 입시 지옥 같은 부정적 평가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 교사들의 뛰어난 역량만큼은 다이아몬드뿐 아니라 수많은 학자에게 관찰 대상이 돼왔다.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근본 동력이 인적 자원에서 나왔다는 건 대부분의 연구가 내놓는 공통된 메시지다.
그런 세계적 자부심이 위기를 맞닥뜨렸다. 2023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13개 교대·교육학과 중 11개가 사실상 미달됐다는 결과는 충격적이다. 수능시험 최하 등급인 9등급이 정시에서 1차 합격했다는 믿기 힘든 얘기도 흘러나온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대는 의·약대 부럽지 않은 경쟁률과 커트라인을 자랑했다.
교대의 몰락은 예고된 미래였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수요가 줄어들면서 서울에선 2018년부터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평균 15개월 대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년 이상 백수 생활을 견디고 나면 대기업의 절반에 불과한 박봉이 기다린다.
이 모든 걸 참고 사명감으로 교단에 선다고 해도 교권 추락은 교사들을 다시 한번 절망에 빠뜨린다. 체벌은 고사하고 복도에 잠시 서 있게 하는 조치도 인권 침해로 몰린다. 교대의 몰락은 학교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교사의 질적 저하는 결국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비 증가, 저출산 심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인구 감소·교권 추락이라는 비슷한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일본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은 수년 전부터 교사 지망생이 사라져 임시면허까지 발급하고 있다. 수준 미달 교사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며 사립학교에 지원이 쏠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곧 닥칠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교권 추락과 임용 적체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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