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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만 벗으면 된다"…'청소년 모텔' 논란 룸카페 가보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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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숙박업소 형태를 띤 밀실형 룸카페가 '청소년 모텔'로 전락했다며 경찰이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 신·변종 청소년 유해 업소를 관리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룸카페 현실은 달랐다. 청소년 고객이 주를 이루는 까닭에 학생 손님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룸카페 업주들은 청소년 고객을 받는 것과 관련해 "학생처럼 보이면 출입이 어렵다"면서도 "주민등록증 검사를 따로 하진 않는다"고 귀띔했다.

지난 13일 오후 4시께 방문한 서울 서초구 한 24시간 룸카페. 입구에는 '19세 미만 출입·고용 금지 업소' 팻말이 붙어있었다. 주말에는 만석이라 예약이 불가능할 만큼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이 룸카페는 별도 신분증 검사 없이 손님을 받았다. 기다란 복도에는 고시원처럼 출입문 있는 방 20여 개가 붙어있었다. 최근 논란이 된 침대와 화장실이 방 내부에 있는 '모텔형'은 아니었지만 출입문 유리에 시트지를 붙여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밀실 형태였다. 3.33㎡(1평) 정도의 방 안에 푹신한 매트와 담요, 쿠션 등이 구비돼 사실상 유사 숙박업소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은 1만원짜리 음료 한 잔을 주문하면 무제한 이용이 가능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영화, 넷플릭스 등을 시청할 수 있다. TV로는 누구나 성인용 콘텐츠도 볼 수 있다.

오후 5시30분께 기준으로 총 25개 방 가운데 10개 방이 차 있었다. 약 한 시간 동안 방문한 3팀 중 2팀은 학생 커플이었고 저녁 시간이 되니 하교한 학생들이 하나둘씩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룸카페 알바생 A씨는 "경찰 단속에 주 고객층인 학생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룸카페에서도 경찰 단속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룸카페 측은 이용 시 다른 방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듯 "이용할 때 반드시 방문을 닫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따로 주민등록증 검사는 안 하지만 너무 어려 보이면 출입이 안 된다"며 "교복 입으면 아예 출입 불가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룸카페는 학교와 가깝고 학원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청소년 고객을 노린 업종이란 얘기다.

룸카페를 여럿 운영하는 한 업주는 "주변에서 룸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사장님들도 대부분 그 지역 내 학교가 몇 개 있는지부터 따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룸카페 입지로 선호하는 곳은 일반적 카페나 성인 대상 모텔과도 다르다"며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가 주변에 학교가 많아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대부분 룸카페는 청소년들 주머니 사정에도 부담이 크지 않은 가격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용 요금은 평균적으로 3시간 기준 1만원 안팎이다. 만석이 아니면 문 닫을 때까지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한 곳도 많았다.

그동안 룸카페는 신고나 허가 대상도 아니어서 공간 임대업이나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별다른 단속을 받지 않고 영업해왔다. 그러나 최근 변종 룸카페가 늘면서 청소년 안전 우려가 커지자 정부와 지자체가 합동 단속에 나섰다. 서울시는 새 학기를 앞두고 집중 단속 기간을 다음달 14일까지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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