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디어유, SM C&C, 키이스트 등 비음악 부문 계열사 세 곳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은 것은 주력인 음악 및 아티스트 프로듀싱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SM엔터 이사회가 지난 3일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함께 발표한 ‘SM 3.0’ 비전에도 비주력사업 매각은 멀티프로듀싱 체제 도입과 함께 거버넌스 개선의 큰 축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주도해온 메타버스 구현의 핵심 계열사인 디어유를 매각 대상에 포함시킨 것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알짜 계열사 매각을 서두르는 배경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디어유 포함 매각 ‘설왕설래’
팬 메신저 플랫폼 ‘디어유버블’을 운영하는 디어유는 SM엔터테인먼트그룹에서 가장 성장성이 뚜렷한 계열사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492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23.5% 증가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1월에는 NC소프트가 운영하던 팬 커뮤니티 유니버스를 인수해 규모를 키우기도 했다. 하이브의 ‘위버스’에 대항할 국내 유일한 플랫폼으로 꼽혀왔다.
현 이사회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카카오도 지분 9.05%에 해당하는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를 결정하면서 ‘디어유와의 시너지’를 투자 배경으로 설명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카카오의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SM엔터의 팬 플랫폼 디어유에 입점시켜 라인업을 강화하고 카카오가 보유한 기술 기반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디어유 매각이 현실화하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카카오와의 사업 협력 명분을 이사회 스스로 백지화하는 셈이 된다.
매각 시기도 의아하다. SM엔터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에 달한 데다 현 경영진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2조원에 달하는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매각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해 단기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수만 장외 폭로까지
이날 이성수 SM엔터 공동대표는 유튜브 방송 채널을 개설하고 이 전 총괄에 대한 폭로전에 나섰다. 그는 “이 전 총괄이 에스파, 웨이션V, 슈퍼엠 등 소속 아티스트들이 2019년 중국·미국 음반사와 글로벌 음반·음원 유통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홍콩에 있는 이 전 총괄의 개인회사 CT 플래닝 리미티드(CTP)를 통해 수익금 중 일부를 기형적으로 수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폭로했다.이 대표는 “SM엔터와 라이크기획 간 계약이 국세청으로부터 수백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추징당하자 해외 법인을 통한 역외탈세를 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SM엔터 인수에 나선 하이브도 인수 이후 이 전 총괄이 해외에서 프로듀싱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CTP를 통한 기형적인 계약을 방조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이에 대해 “CTP에 대해 알지 못했고 이 전 총괄과는 완전히 절연하는 거래구조”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이날을 시작으로 이 전 총괄과 관련해 총 14가지 사안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