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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챗GPT 빅뱅…유토피아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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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감을 앞두고 꾀가 났다. 미국 의회 연설문도 감쪽같이 작성한다는 뉴스에 솔깃했다. 챗GPT에 ‘챗GPT가 바꿀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한 신문용 칼럼을 부탁했다.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칼럼을 써내는 데 걸린 시간이. 물론 지금 이 칼럼은 아니다. 칼럼으로 쓸 수 있는 글은 아니었지만 그럴듯했다.

인류가 비슷한 유혹에 빠진 듯하다.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는 출시 닷새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이 10개월, 넷플릭스는 3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수는 3억 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 명을 돌파했다.

실리콘밸리는 오랜만에 들썩이고 있다. 챗GPT가 웹 브라우저(1994년), 구글 검색엔진(1998년), 아이폰(2007년)을 잇는 정보기술(IT) 산업의 ‘게임체인저’란 분석이 나온다. 빌 게이츠는 “챗GPT는 최고의 혁신”이라며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월가도 들썩
경쟁이 치열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승기를 잡은 듯하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분 49%를 확보한 주요 주주로 자사 검색포털 빙에 챗GPT를 적용했다. 세계 검색시장을 장악해온 구글은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둘러 공개한 ‘바드’가 오답을 내놓자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이틀간 200조원가량 증발하기도 했다. 챗GPT가 탄생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구글은 끝났다(Google is done)’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월가도 들떴다. 더트랜스스트립트에 따르면 알파벳의 작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AI란 단어는 총 62회 나왔다. 메타와 MS 콘퍼런스콜에선 각각 33회, 31회 언급됐다.

챗GPT가 화두로 떠오르기 직전까지 실리콘밸리는 침체 경고에 휩싸여 있었다. 고강도 금리 인상에 따른 주가 폭락과 함께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은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뒤를 잇는 차세대 혁신이 없다면 기술주는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챗GPT 등장에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지난주 내내 막대한 자금이 기술주에 유입됐다. 대부분이 MS와 엔비디아 등 AI 관련주에 쏠렸다.
AI의 미래, 결국 인간에게 달렸다
또 한 번 진화한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지식산업의 생산성과 사회의 효율성을 높일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의사, 약사, 변호사, 작가 등 지식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위협받을 전망이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빅뱅’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우리 중 일부는 비싼 돈을 들여 교육받았음에도 실직당하거나 훨씬 적은 수입을 올릴지 모른다”고 했다.

2018년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AI는 전기, 심지어 불보다 인류에 더 심오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다행스러운 것은 그 해답의 키를 인간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소행성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두려워해야 한다. 왜냐하면 호모 사피엔스가 게임의 규칙을 바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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