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챗GPT 광풍'에 많은 화이트칼라들이 놀라움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의사시험, 로스쿨시험, MBA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챗GPT를 보면 "정녕 내 일자리는 괜찮은걸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죠.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라는 말은 크게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생산성 향상의 다른 말은 인력 감축이기 때문이죠. AI를 업무에 도입해 얻은 생산성이 업계의 '파이' 확대로 귀결된 사례가 궁금해집니다. AI가 도입돼 사람이 해고되지 않고,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와 관련해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가 구체적 사례와 방법론을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제시합니다.
챗GPT의 등장이 불과 3개월 전이다. 출시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 5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파급력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이용자 1억 명을 달성하기까지 2년 6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구글 바드와의 경쟁도 이어지면서 생성형 AI에 대한 대중적들의 관심은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챗GPT에 대한 스터디 모임과 유료 강의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흥미,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싶은 마음 뒤에는 '내 일자리가 대체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따라오는 듯하다.
올거나이즈는 기업의 문서를 AI로 이해하고 처리해 답변을 제공하는 B2B 솔루션을 만들면서 AI와 일자리에 대한 현장의 질문을 이전부터 받아왔다. 특히 고객센터 상담원들의 업무를 효율화하는 일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AI를 업무에 적용하고 있는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솔루션을 개선해 왔다.
기업이 AI를 활용해 궁극적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생산성 향상과 인사이트 도출이다. 반복되는 일을 자동화하고, 그렇게 얻어진 시간에 담당자만이 볼 수 있는 관점과 시선으로 개선 방향을 찾고 혁신하는 것이다.
AI 활용, 현업 인사이트 뒷받침돼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도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AI와 생산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맷 머레이 WSJ 편집장이 "지식근로자들이 불안해하는데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확신하냐"고 묻자, 나델라 CEO는 "전 세계 80억 명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경제 성장을 이뤄내려면 생산성 곡선을 바꿀 기술이 필요하다"고 답한다.또, 노동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과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유통, 헬스케어 등의 고객 접점에서 일하는 현업들이 AI 기술을 활용해 워크플로우를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예시가 올거나이즈의 고객사인 에이치엠인터내셔날의 ‘케이타운포유(케타포)' 상담원들이 업무의 방향성을 개선한 사례다. 케타포는 전 세계 200여 국가의 468만 케이팝 회원과 5800개 케이팝 팬클럽에 음반과 굿즈 등을 수출하는 케이팝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매년 K팝 음반을 1000만 장 이상 판매하고, 이 중 88%는 해외로 수출할 정도로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24시간 고객 문의가 이메일, 메신저, 전화로 흩어져 들어오는 상황이었고 결제, 배송, 환불 등 반복되는 질문에 상담원이 일일이 응대해야 했다. 답이 늦어져 불안한 고객은 여러 채널에 같은 질문을 남기기도 했다.
올거나이즈의 AI 업무 솔루션 ‘알리'를 챗봇 형태로 도입하고 나서는 고객 문의의 60%를 자동으로 응대한다. 문의가 월평균 25만~30만 건 정도인데, 15~18만 건을 상담원 개입 없이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예상 출고일이나 현재 배송 상태 같은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해서 알리를 고객 정보와 연동해 바로 답변하고, 추가 결제나 분할 발송 같은 복잡한 처리도 고객 개인화된 URL을 보내서 빠르고 쉽게 해결한다. 이렇게 워크플로우를 상담원들이 쉽게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알리가 코딩을 따로 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바로 적용 가능한 UX이기 때문이다.
고객 문의를 AI 기술로 자동화해서 벌게 된 시간에 케타포 상담원들은 무엇을 했을까?
케이팝 아티스트와 팬클럽을 살펴보고, 음반 차트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사후 처리가 아닌 사전 대응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아티스트의 컴백과 활동 주기에 맞춰 음반 출고와 관련된 배송 프로세스를 미리 점검하고,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앨범 버전이 여러 개로 출시되는 경우 출고 및 배송 팀과 사전에 정보를 공유한다.
앨범에 포함돼야 하는 예약 특전과 굿즈 등의 구성도 누락이 없도록 미리 체크한다. 이전에는 단순 문의에 응대하느라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앨범이 품절되거나 배송이 지연되고 나서 고객에게 안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배송 문제는 날씨나 택배사 사정 등 외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사내 물류팀 등 여러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사전에 안내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 고객에게 알리거나, 고객이 먼저 문제를 알려주기 전에 파악하고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고객 경험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단순 문의 응대에 지쳐가는 것이 아니라, 케타포의 전사 업무를 고객 관점에서 바라보고 개선점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방향이 달라지게 되어 상담원들의 업무 만족도 또한 높아지게 됐다.
AI와 협업할 준비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와 협업에 어떤 것이 필요할까? 챗GPT가 잘하는 지점은 단순 문의에 정해진 답을 하는 것 외에도, 정보를 요약하고 종합하는 데 있다. 어떤 개념에 대해 설명해 달라거나 에세이를 써달라고 할 때,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을 엄청나게 빠르게 해낸다.물론 한계도 있다. 답을 알지 못해도 그럴싸한 답변을 지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생성형 AI는 한 단어 다음에 어떤 토큰(단어보다 더 작은, 쉽게 말하면 형태소 같은)이 오는지를 예측해서 문장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답이 나오게 된 출처를 밝히기도 한다. 알리GPT는 출처가 되는 기업 문서를 미리 보여주고, MS의 검색엔진 빙(Bing)은 출처 웹사이트의 링크를 보여준다. 다른 방법으로는 답을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사임당의 남편이 누군지 챗GPT에 물으면 잘못된 정보를 답한다. 그런데 만약 답을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는 조건을 추가하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한다. 바로 인공지능이 생성해 주는 결과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의 간단한 예시이다.
프롬프트는 생성형AI 모델에게서 이미지나 텍스트 결과를 생성하기 위한 명령어를 의미한다. 더 높은 품질의 응답을 얻으려면 해당 모델이 잘 이해하고, 잘 작동할 수 있는 프롬프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제를 설정하고, 답변 유형을 정하고, 말투나 독자 수준, 답변 길이 등을 설정하면 최적의 프롬프트를 작성해 주는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챗GPT 치트 시트를 공유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오픈AI가 공개한 퀵스타트 문서의 프롬프트 작성 요령은 간단하다. 원하는 결과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프롬프트에 원하는 결과물 형식의 예시를 함께 입력하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인턴이나 신입사원에게 일을 지시할 때, 혹은 타 부서의 동료들과 함께 새롭게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일을 할 때도 적용되는 기준이다. 협업을 잘 하기 위해 하고자 하는 일의 맥락을 제시하고, 함께 만들어내야 하는 결과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수록 협업의 결과물은 좋아진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의 업무를 돕는 이 기술에 내기를 걸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거시경제적 역풍을 겪는 가운데,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현명한 방향이다. AI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협업의 동료라고 생각하면 더 풍성한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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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 올거나이즈 대표
KAIST 컴퓨터 사이언스 석·학사를 졸업한 이창수 대표는 AI 분야 연쇄창업자입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2010년 데이터 분석업체 파이브락스를 창업해 4년 만에 미국 탭조이에 매각한 뒤 탭조이의 수석부사장으로 일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탭조이에서 일하던 중 또다시 회사를 뛰쳐나와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올거나이즈를 창업했습니다. 올거나이즈는 인지검색 솔루션과 답변봇 ‘Alli(알리)’로 기업 고객과 직원의 검색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인지검색 솔루션은 사용자가 질문하면 AI가 문서에서 답을 찾아주는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