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노조에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유입과 함께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변호사와 노무사 등을 대거 영입해 입법 등 정책 활동에 나선 것이다. 과거 투쟁과 파업 중심이던 노조가 실리와 정당성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요구에 맞춰 바뀌는 현상이다.
1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법률원 인원은 90명까지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법률원은 2000년 초반만 해도 존폐 위기에 놓였지만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으로 송사가 늘면서 규모가 커졌다. 법률원은 인사, 노무와 관련해 한국에서 가장 큰 조직에 속한다. 보통 30여 명으로 구성되는 대형로펌 인사·노무팀의 세 배 수준이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인사·노무팀(100명 안팎)과 비슷하다.
변호사와 노무사 인력이 늘어난 이유는 MZ세대 조합원 유입과 관련이 있다. 이들은 노조 내에서도 실질적인 권익 확보를 위한 법리 개발과 효율적 분쟁 대응, 정상성 확보를 위한 철학적 기반 확립 등을 강하게 요구한다. 민주노총 출신의 노사관계 전문가는 “길거리 파업 일변도에선 사실 변호사나 노무사가 할 일이 많지 않다”며 “새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변호사나 노무사의 도움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MZ세대가 회사 내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7일 발표한 ‘2022년 노동위원회 사건처리 현황 및 특징’에도 잘 나타난다. 2021년 155건이던 ‘괴롭힘’ 관련 부당해고 등의 사건은 지난해 240건으로 54.8% 늘었다. 중노위 관계자는 “다툼이 있으면 사내에서 알아서 잘 해결하라고 압박했던 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MZ세대가 법적 절차에 따라 정공법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법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조력 집단’ 정도로 분류됐던 법률원이 민주노총의 핵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며 “MZ세대 조합원이 증가할수록 이런 분위기는 더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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