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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헝그리정신 없이는 구글도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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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가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인플레이션이나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챗봇이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은 지난 사흘간 시가총액 1800억달러를 잃었다. 한국 돈 228조원, 삼성전자 시총의 61%에 해당한다. 챗GPT(ChatGPT) 열풍에 쫓겨 지난 8일 서둘러 공개한 AI 챗봇 ‘바드’가 데모에서 오답을 제시한 여파다. 챗GPT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 앱 다운로드 수가 폭증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이다.

월가에선 AI 챗봇이 1990년대 인터넷 시대를 연 WWW, 2008년 모바일 시대를 이끈 아이폰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AI 챗봇이 중장기적으로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보다 더 중요한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I 선두 구글, 동네북 전락
구글은 AI 업계 선두주자였다. 2014년 인수한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2016년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승리,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순다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AI 퍼스트 컴퍼니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연구에서도 앞섰다.

특히 2017년 논문에서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를 발표했고, 이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기초가 됐다. 마치 반도체 업계의 트랜지스터처럼 말이다. 챗GPT의 ‘T’가 트랜스포머를 뜻한다.

이런 구글이 왜 AI 챗봇 상용화에서 밀리고 있을까. ‘AI 대부’로 불리는 얀 르쿤 메타 AI 연구소장은 “구글과 메타가 챗GPT 같은 걸 출시하지 않은 건 못해서가 아니라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거대한 기업은 큰 결함이 있는 데모 모델을 공개하면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다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2020년 말 ‘AI 챗봇이 데이터 편향을 증폭시키고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제시한다’는 논문을 쓴 팀닛 게브루 AI윤리팀 리더를 해고해 파문을 낳았다. 게브루는 당시 인종차별, 성차별 등이 AI 챗봇의 학습 데이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잠재적 평판 손상’ 가능성 탓에 특정 AI 제품 출시를 피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배고프지 않으니 혁신 없다
이는 치열함이 없었고, 과감한 모험을 할 만큼 배고프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글은 2022년 기준 세계 검색시장의 90%를 차지하고 매출 2828억달러(검색·광고 비중 89%)를 올렸다. 굳이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고 잠재적 논란을 낳을 수 있는 AI 챗봇을 내놓을 이유가 별로 없다.

알파벳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75배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 말엔 1만2000명을 해고하고 AI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만 AI 관련 2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충격은 구글이 다시 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걱정되는 건 요즘 한국 기업에서도 헝그리정신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경영은 2세를 넘어 3세, 4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았지만 헝그리정신을 갖고 있진 않다. 배가 고파본 적이 없어서다. 소위 재벌만 그런 게 아니다. 국내 검색엔진 1위 네이버의 PER은 40.52배다. 알파벳보다 두 배 높다. 하지만 AI 챗봇을 일반에 공개한 적도 없고, 구글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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