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필리핀 팔라완섬에서 175해리 떨어진 암초에 200여 척의 중국 선단이 나타났다. 이곳은 하이난섬과 무려 638해리나 떨어져 있지만,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에는 중요한 지형지물이었다.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한 이들은 풍랑을 피해 피난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유례없이 여러 주 동안 정박했다.
중국은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영유권 주장과 영향력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대만, 히말라야, 아프가니스탄, 북극, 사이버공간까지 중국의 확장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확장 정책은 주변의 국가들과 분쟁을 일으키고 서방국가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용의 불길, 신냉전이 온다〉는 선데이타임즈, NBC 기자 출신 저자가 쓴 중국의 야심이 세계에 어떻게 위협이 되고 있는가에 관해 쓴 책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과거 소련 냉전 시대에 빗대어 ‘신냉전’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중국의 신냉전은 옛 소련 때보다 부유하고 세계 경제에 깊숙하게 개입해 더 위험하다고 진단한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발붙일 곳을 없애고 대만과 거래하는 국가를 위협한다. 중국은 통상 위협과 경제 보복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심지어 대만이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했다. 저자는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는 이유는 ‘하나의 중국’ 정책이기도 하지만, 공산당체제를 위협하는 성공한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국내외 경제적 역풍과 국제적 반발에 직면한 중국을 정점 지난 ‘피크 차이나’로 볼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증거는 많지만, 이는 더 위험한 중국을 뜻한다고 강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만해협 위기의 예행연습”이라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위기가 바로 앞에 와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중국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서방국가의 시각을 보여준다. 아시아 국가를 미지의 공포 대상으로 바라보던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이 엿보이기도 한다. 물론 최근 가장 첨예한 국제관계를 읽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