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무료 항공권 수십만장을 배포하며 대대적인 관광객 유치 프로모션을 발표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뭇매를 맞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랫동안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도시로 간주됐던 홍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이후 스스로 재정의하는 노력을 시작했으나 프로모션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보도했다.
먼저 "어떠한 격리도 제한도 없다"고 홍보한 존 리카추 홍콩 행정장관의 말과 달리 홍콩에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정부가 제작한 '헬로우 홍콩' 캠페인 홍보영상에서는 마스크를 벗은 채로 춤추는 사람들이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실내외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5000홍콩달러(한화 81만원)의 벌금을 내게 된다.
정부 주도 캠페인이 홍콩에 와야 할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혹평도 나왔다. 홍콩의 한 디자인 업체 창립자는 "현재 다른 도시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홍콩에서 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어떤 것을 위해 홍콩에 오기를 원하는지 캠페인은 전혀 구분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후이 노트르담대 정치학 교수는 WSJ에 "북적이는 거리나 건물은 예전과 같아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건 도시의 영혼(soul)"이라면서 "홍콩의 브랜드가 파괴됐고, 영혼은 텅 비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람들은 홍콩이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일 때도 기꺼이 방문할 정도로 매력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무료항공권 배포는 이제 홍콩이 인센티브 없이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WSJ는 중국 정부가 홍콩 민주화 시위를 통제하고 코로나19 이후 엄격한 방역 정책을 실시하는 등 일련의 사건 이후 "홍콩이 특별했던 많은 점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사상검열을 강화하면서 시민들의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자 지난해 중반까지 12개월간 11만3000명이 도시를 떠났다. 지방정부에 대한 신뢰는 2019년 시위 이후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홍콩은 이달 초 ECA인터내셔널이 발표한 '동아시아 이주자들에 가장 매력적인 도시' 순위에서 92위에 그쳤다. 작년보다 15계단 미끄러진 셈이다. 1위 자리를 차지한 싱가포르에 밀린 것은 물론 대만 타이베이(77위)보다도 외국인 거주자의 선호도가 낮았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