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투자수익률이 올해 들어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막상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을 인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 리퍼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6주일 동안 미국 주식 뮤추얼펀드와 ETF에서 310억달러(약 39조원)가 순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주간 기준으로 연속 순유출 기간으로는 지난해 여름 이후 최장기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는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대신 택한 건 채권과 해외 주식이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 펀드에는 약 120억달러(약 15조원)가 순유입했다. 채권 펀드(과세 대상 채권 기준)에는 240억달러(약 30조원), 지방채(municipal bond) 펀드에는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가 순유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뉴욕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회의적인 투자자들이 상당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S&P500 지수는 6.5% 상승했다. 지난주 한 주 동안 S&P500 지수는 1.1% 떨어졌다.
WSJ은 “고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안전자산인 채권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미국 종합채권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4.5%로 S&P500 기업들의 배당수익률(1.7%)을 앞질렀다.
미국 주식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해외 주식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S&P500 기업들의 PER(12개월 선행 기준)은 18배로 스톡스 유럽 600 기업들의 13배, 홍콩 항셍지수 구성 기업들의 10배보다 고평가돼 있다. 미국 달러화 약세,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 등에 힘입어 미국 외 국가 주식의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캐머런 브랜트 EPFR 이사는 “시장은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뉴욕증시의 개별 종목 매수에 있어서는 열기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증시에서 현재까지 개별 주식 순매수액은 150억달러 이상이지만 ETF 순유출액은 100억달러 이상으로 대조를 이뤘다.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개별 종목과 ETF 순매수(도)액 격차는 2008년 이후 사상 최대다. 지난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주가가 부진하면서 ETF 투자보다 개별 종목 투자 수익률이 더 높았던 영향이 반영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