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웅웅웅~쿠아아앙~.’
온몸을 전율하는 엔진 소리는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슈퍼카’를 사랑하는 이유였다. 엔진 소리만 들어도 슈퍼카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사람도 많았다. 요즘은 아니다. 슈퍼카의 상징이던 ‘엔진 굉음’이 앞으로는 옛날 얘기가 될지 모른다.
슈퍼카 브랜드들은 지난해부터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을 내놓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첫 전기차인 스펙터를 지난해 공개하고 계약을 받았는데 주문이 많아 생산량 증가를 검토 중이다. 페라리와 벤틀리는 2025년 첫 전용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애스턴마틴도 2026년부터 전기차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가장 느긋한 건 람보르기니다. 루벤 모어 람보르기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앞으로 5~6년은 슈퍼카가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배터리 충전 상태와 온도에 차 성능이 좌우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게 이유다.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시속 100㎞까지 도달 시간(제로백)이 빠르지만, 고속 주행 안정성 등에서 초고성능 내연기관차 수준 성능은 아직 따라잡을 수 없다. 배터리 기술이 슈퍼카가 원하는 수준의 출력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슈퍼카를 사는 이들이 운전의 재미를 우선시한다는 점도 전기차 전환이 다소 늦어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탄소저감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게 슈퍼카 브랜드의 공통된 생각. 이 과정에서 엔진음을 즐기는 팬들을 위해 무소음인 전기차에 기존 소리를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슈퍼 전기차’를 제조하겠다는 스타트업 리막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리막이 2021년 공개한 네베라는 타원형 트랙에서 최고 속도 412㎞로 달려 전기차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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