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9일 15: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에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신용등급 AA)가 회사채 흥행에 성공한 반면 호텔롯데(AA-), 롯데렌탈(AA-), 롯데하이마트(AA-) 등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 대기업 계열서 내에서도 실적?신용도 따라 ‘옥석 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8일 15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1조675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2년물 500억원 모집에 4500억원, 3년물 1000억원 모집에 1조2250억원이 들어왔다.
민간 채권평가기관 평균 금리(민평)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되는 '언더 발행'도 가능할 전망이다. 2년물과 3년물 각각 민평 대비 33bp(bp=0.01%포인트)와 40bp 낮은 수준에서 목표 물량을 채웠다.
그동안 회사채 시장에서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부진을 겪은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호텔롯데. 롯데렌탈, 롯데하이마트는 목표 물량을 모두 채웠지만 민평보다 높은 금리에 발행되는 ‘오버 발행’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요인으로 가전 수요가 줄어들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낸 롯데하이마트는 민평 대비 84~85bp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자금 조달에 따른 기업의 이자 부담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탄탄한 실적과 신용도를 두루 갖춘 게 롯데칠성이 회사채 시장에서 ‘롯데 디스카운트(저평가)’를 벗어난 주요 배경이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4%, 영업이익이 22.3% 증가했다. 제로슈거(무설탕) 음료와 지난해 9월에 나온 ‘처음처럼 새로’가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유동성 위기로 롯데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이 잇따라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롯데칠성은 ‘AA(안정적)’의 높은 신용도를 유지했다.
다른 대기업 계열사에서도 실적과 신용도가 흔들리는 기업들은 쉽게 공모채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공모채 대신 사모채로 선회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적자 전환된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사모채 시장에서 3370억원을 조달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린 롯데GRS도 지난달 사모채 200억원을 발행했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적자를 내는 기업에 대한 회사채 투자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