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인 ‘48시간’이 지났다. 튀르키예 강진 발생 후 이틀이 지난 8일(현지시간) 사망자 수는 1만1000명을 넘어섰다. 60여 개국이 구호 인력을 보냈지만 5000채가 넘는 건물이 파괴된 데다 영하의 추위가 겹쳐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만 명을 넘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골든타임이 지난 데다 18만 명 이상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시리아는 튀르키예와 이어진 도로가 끊겨 구호 손길조차 닿지 못하고 있다.
“18만 명 이상 매몰 추정”
AFP통신에 따르면 8일 오후 2시 기준 튀르키예, 시리아 양국에서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1236명으로 집계됐다. 튀르키예 정부는 8574명 이상이 숨지고 최소 3만7011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했다. 붕괴된 건물은 5775채로 집계됐다. 시리아에서는 사망자 수가 266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7일 WHO는 사망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 발생 이후 생존자를 발견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48시간으로 보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매분, 매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18만 명 이상이 잔해 아래에 갇혀 있을 것”이라며 “이들 대부분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하를 오가는 추위와 여진의 공포 때문이다. 첫 강진 이후 최소 125건의 여진이 잇따랐다. CNN은 “빈도와 규모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규모 5.0~6.0 이상의 여진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재민의 피해도 크다. 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8500만 명의 국민 가운데 1300만 명이 이재민이 됐다”고 말했다. WHO는 이재민 규모가 최대 2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5월 대선 앞두고 위기
악조건에도 국제 사회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7일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에 따르면 투입된 구조 인력은 65개국에서 파견한 3200여 명을 포함해 7만 명을 웃돈다. 급파된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인력 118명은 8일 오전 튀르키예 남동부의 가지안테프 공항에 도착했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와 달리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시리아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기가 여의치 않다. 양국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시리아인들이 재난을 극복하도록 지원하겠다”면서도 “(구호) 자금이 시리아 정권으로는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이번 지진 대응에 달렸다는 전망도 나온다. 1999년 1만7000여 명이 숨진 지진을 겪었음에도 튀르키예 정부의 대응 수준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난이 거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르도안의 반대파가 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오는 5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