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임금 인상 물결이 퍼지고 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임금이 쪼그라들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주문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는 올해부터 직원 급여를 10% 인상할 계획이라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닌텐도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면서도 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사장은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금융업체 노무라홀딩스도 임금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노무라홀딩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은 지난 몇 년간의 임금 상승률(3%)보다 소폭 높아진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기업의 임금 인상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오는 3월부터 임금을 최대 40% 인상한다는 파격적인 방침을 발표했다.
‘저성장의 늪’에 갇힌 일본은 수십 년간 임금 정체에 시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4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물가 상승세에 맞춰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거세졌다. 지난 1월엔 기시다 총리가 직접 나서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임금을 높이라”고 기업들에 촉구했다.
임금 인상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출산율 감소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높은 급여는 인재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높아진 임금이 물가를 밀어올려 긴축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속적인 임금 인상은 일본 중앙은행이 오랫동안 이어진 초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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