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7일 17: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우량채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조5000억원이 넘는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7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열었다. 3년물 2800억원, 5년물 2800억원, 7년물 600억원, 10년물 800억원 규모다. SK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매겼다.
수요예측 결과 3년물에 1조3100억원, 5년물에 1조300억원, 7년물에 1500억원, 10년물 950억원 등 총 2조585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회사채 발행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대 1조4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역대 회사채 단일 발행 건 기준 최대 기록인 2021년 LG화학의 1조2000억원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발행사와 주관사단은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증액 규모를 논의할 방침이다. 발행일은 오는 14일이다.
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발행 금리도 낮출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의 3·5·7·10년 만기 회사채는 각각 동일 만기 회사채 시장금리(민평) 대비 낮은 수준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장기물인 10년물이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국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10년물이 나온 건 지난해 12월 SK텔레콤 이후 두 달 만이다. 장기물 발행을 통해 차입 구조를 안정화하겠다는 게 SK하이닉스의 구상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메모리반도체 불황에 따른 실적 우려가 컸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단위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SK하이닉스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 유동성이 늘어난 데다 AA급 우량채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매수 주문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투자가들이 지갑을 푸는 ‘연초효과’로 공모 회사채 시장은 ‘역대급’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LG이노텍(AA-), 호텔신라(AA-), 대신증권(AA-)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4조원에 가까운 주문이 들어왔다. 세 곳 모두 증액 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매수세에 힘을 더했다.
한편 국내 1위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AA-)은 이날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년물 300억원에 2500억원, 3년물 1200억원에 8400억원, 5년물 500억원에 4000억원의 주문액이 접수됐다. 택배 운임 인상 등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자금줄 확보를 위해 줄줄이 회사채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AAA), SK(AA+), 롯데칠성음료(AA) 등 우량 기업들이 이달 중 회사채 발행을 대기 중이다. SK에코플랜트(A-), 신세계건설(A), 롯데물산(AA-) 등 그간 시장에서 외면받던 건설사들도 자금 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