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배터리 팩 제조업체 FEPS에 최대 4조원 규모의 배터리 모듈을 공급한다. 지난해 일본 이스즈트럭에 1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테슬라 대형 전기트럭 세미에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기 상용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잇따라 성과를 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FEPS와 내년부터 19GWh 규모의 전기 상용차(버스 및 트럭)용 배터리 모듈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달 19일 맺었다고 2일 발표했다. 고성능 상용차 약 5만 대 이상(전기 승용차 기준 27만 대)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이 파우치형 배터리 셀과 모듈을 납품하면 FEPS가 이를 배터리 팩으로 제조해 북미 상용차 업체에 판매하기로 했다.
전기 상용차는 전기 승용차보다 판매량은 적지만, 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많고 장기 공급 계약 위주의 고부가 전략시장으로 꼽힌다. 전기 승용차의 배터리 모듈 가격은 ㎾h당 100~120달러인데, 전기 상용차용 모듈 가격은 이보다 50% 이상 높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이번 공급가액은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전기 상용차 한 대에 장착되는 배터리 양은 전기 승용차보다 5~10배가량 많다.
다임러트럭, 만트럭 등 글로벌 상용차 업체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전기 대형트럭 출시를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상용차용 배터리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형 트럭은 무게와 주행거리 탓에 수소연료전지가 적합하다는 시각이 많았으나, 배터리 기술 발달로 전기 트럭 상용화가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수소 대신 전기 충전소가 더 빨리 깔리는 점도 전기트럭 상용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친환경 상용차에 대당 4만달러(약 52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수요에 불이 붙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 상용차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37GWh에서 2030년 최대 574GWh로 연평균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 장벽이 높은 전기 상용차 배터리 계약을 지속적으로 따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이스즈트럭과 1조원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납품 계약을 맺었다. 또 1회 충전 시 800㎞를 달리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테슬라 세미에도 파나소닉과 함께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화된 모듈 라인업을 다수 보유해 상용차 기업이 원하는 대로 납품할 수 있는 점이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은 “이번 협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기 상용차 시장 선점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일 대비 2.11% 상승한 53만3000원에 마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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