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산업이 100% 전동화되면 국내 내연기관 부품 기업의 3분의 1은 소멸할 것이란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국내 완성차업체의 해외 이전 속도가 빨라진 만큼, 원활한 산업 전환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컨설팅센터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이 100% 전동화될 경우 국내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 3249개가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의 32.3%에 해당한다. 소멸하는 중소기업의 매출은 16조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중기연은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1년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 통계 자료를 일본자동차부품협회가 분석한 전기차 부품 전환 가능 내연기관 부품 목록에 대입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3만 개인 데 비해 전기차 부품은 1만8900개에 그친다. 엔진을 구성하는 부품 6900개는 전기차로 전환되면 모두 필요 없어진다. 이에 따라 엔진과 엔진 관련 부품 중소기업 2110개는 100% 소멸할 전망이다. 변속기 등 동력전달장치 업체(1377개)는 36.8%가, 전장부품 업체(904개)는 30%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의자 및 공조 등 차체용 부품과 현가·제동장치는 전기차 부품으로 100%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연기관 부품 제조 중소기업의 폐업은 2025년께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13% 수준인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전기차 비중이 2025년 20%를 넘어서면서 매출이 급감한 내연기관 부품업체부터 퇴출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내연기관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의 83%는 매출 100억원 미만 소규모 업체다. 대부분 자금과 기술력의 한계로 전동화 등 산업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처지다. 중기연 관계자는 “내연기관차 부품업체 중 전기차 부품 제조가 가능한 곳은 2.3%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IRA는 내연기관 부품 중소기업계의 소멸을 앞당길 전망이다. IRA가 세액공제 대상을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한정하면서 완성차 생산공장의 북미 이전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2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대로 완성차가 100% 전동화된다면 3분의 1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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